[기자수첩] 가족보다 진료를 우선 한 게 잘못일까요

입력 2023-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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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 진료 보느라 정작 제 아들이랑은 안 친하네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10여 년간 일해온 의사 A 씨의 말이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주말도, 밤낮도 가리지 않고 진료에 몰두하다 보니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는 주말에 한 번도 제대로 놀아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A 씨처럼 가족보다 진료 현장에 밤낮을 보냈던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의사들이 떠나고 있다. 소아환자 진료만으로 먹고 살기 힘든 의료 현실 때문에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오픈런 현상이 발생할 만큼 지금은 소청과를 찾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진료 환자가 크게 늘어난 만큼 수익이 많아지는 의료 시스템이 아니다. 소청과의 경우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 진료로 국가가 정한 금액인 건강보험 수가대로만 진료비를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업무 스트레스’ 또한 소청과 의료진을 힘들게 한다. 최근 광주 광산구와 충남 내포신도시 소청과 의원이 보호자의 허위·악성 민원 등을 이유로 진료 중단을 선언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률은 3~4년 전부터 급감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00%를 웃돌던 소청과 지원률은 2020년 78.5%, 2021년 37.3%, 2022년 27.5%까지 떨어졌다. 이에 올해 3월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폐과를 선언했다. 또 6월엔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었다. 미용시술과 성인병 관리 등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 등록한 소청과 전문의는 719명에 달했다.

이제는 인기과인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한 시대다. 지금이라도 의료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의사들이 소위 돈 되는 ‘피안성’에 몰릴 수밖에 없다.

정부도 전문가도 ‘소아 의료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이에 정부가 올해 초 소아 의료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의료진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말로만 ‘필수 의료 살리기’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정부가 하루빨리 소청과에 대한 비전을 정부가 제시하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소아청소년과 사태는 지속할 것이다. “사명감만으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열고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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