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의사회 “더는 못하겠다”…낮은 진료비로 의료붕괴, 폐과 선언

입력 2023-03-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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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662개 소청과 폐업…임현택 회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처지 내몰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사진제공=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사진제공=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도저히 더는 하고 싶어도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청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최저임금과 물가가 오르는 동안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를 지탱하던 예방접종은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랐다. 심지어 올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은 소청과에서 받던 가격의 40%만 받게 질병관리청이 강제했다고 임 회장은 주장했다.

낮은 진료비로 인해 전국의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5년간 662개가 폐업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이다. 동남아의 1/10 수준”이라며 “더 이상은 버틸수 없는 형편이다. 소청과 의사들을 이렇게 대우하면 몇 년 못 가서 소청과 지원자가 없어져 결국 과가 없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아이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아이들 진료 중에 법적인 다툼에도 많이 시달리고 있지만, 해결할 방안이 없다고도 했다. 임 회장은 “일부 보호자들은 중이염 있는지 보려는 의사한테 과실 치상으로 형사고소를 하고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하고 있다. 또 아이를 치료하느라 다치지 않게 잡은 것 뿐인데 세게 잡았다고 돈을 물어내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일부 의료전문 변호사라는 사람들이 하이에나처럼 이길 수도 없는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일부 보호자들은 소청과 의사들과 의료진들에게 조금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부로 폭언하고 인터넷에 수없는 악성 글과 악성 댓글들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우선적 책무이고,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건 의사가 아니라 정부 정책 잘못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8일 저출산위원회 회의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께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임 회장은 “한 번 결심하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생각하고, 분명하게 진정성이 있다고 봤다”면서도 “막상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복지부가 소아청소년 의료인프라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빨리 무너뜨리는 정책들과 미흡하기 그지없는 정책들을 내놨다. 질병관리청도,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청과 전문의들은 복지부가 대통령을 버젓이 속인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한다”며 “지금 이 순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조차 우리 아이들이 숨져가고 오늘 밤에도 전국의 우리 아이들은 치료받을 곳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살리는 대책이 아니라 오히려 이에 반하는 대책들만 양산하고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의견 일치를 봤다. 오늘 자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아이들 건강을 돌봐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돼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 인사를 드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폐과 선언에 대해선 국민들의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라며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발표 이후 이행상황을 매월 점검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의료현장과 소통하면서,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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