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3’ 24시간 케어…이태원 참사에 뛰어간 ‘유가족 전담 공무원’

입력 2022-12-22 15:56 수정 2022-12-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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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서울시 공무원 총 530명 파견
희생자 장례 절차부터 유족 상담 연계 지원
전문가 “체계적인 교육과 매뉴얼 마련 필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 관계자들이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서울시 공무원 A 씨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난 다음 날 새벽 3시 40분경 집을 나섰다. 참사 유가족을 일대일로 지원하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으로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곧장 병원으로 향한 A 씨는 자신이 전담할 유가족을 만났다. A 씨는 유가족의 장례 절차를 도왔다. A 씨는 시간이 지나도 유가족의 안부 전화는 다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치유를 돕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이태원 참사 49재가 지난 시점, 사회적 참사 발생 후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제 역할을 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당시 총 530명의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이 희생자 158명 유가족의 전담 공무원으로 배치됐고, 이들을 교육하기 위한 매뉴얼도 만들어졌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은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부터 희생자들의 장례 종료 시까지 병원 현장 등에서 근무했다. 공무원들은 10월 30일 41곳(120명), 10월 31일 86곳(252명), 11월 1일 51곳(142명), 11월 2일 9곳(16명)에서 유가족을 전담했다.

전담 공무원들은 서울시 복지정책실, 기획조정실, 경제정책실, 도시교통실, 안전총괄실, 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새벽, 오전, 오후 시간대로 나눠 하루에 세 번 교대하며 유족들과 만났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 지원이다. 공무원들은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 지원, 장례비·구호금 신청 대행, 유가족과 공감대 형성 및 요구사항 해결, 소방·경찰 및 관련 부처와 협력 등의 역할을 맡았다.

이는 서울시 차원에서 내놓은 첫 유가족 전담 공무원 배치 사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배치한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시에서 전담 공무원을 총괄한 관계자는 “시에서는 과거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배치한 선례가 없었다”라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역할은 무엇인지,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했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 장례 지원부터 심리 상담까지 전담

▲이태원 참사 관련 유가족 전담 공무원 매뉴얼. (자료제공=서울시)
▲이태원 참사 관련 유가족 전담 공무원 매뉴얼. (자료제공=서울시)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투입하면서 지난달 1일 ‘이태원사고 사망자 유족지원계획 매뉴얼’을 배포했다.

총 14페이지 분량의 매뉴얼에는 정부 지침에 따른 생활안정금 지급, 장례비 지급, 숙박비 지급 방법 등이 주로 담겼다. 또 공무원들이 유가족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식사, 잠자리, 건강상태 등의 안부를 묻거나, 후임자와 함께 인수인계 시간을 통해 상황변동을 파악해야 한다는 세부사항도 포함됐다.

이는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참사,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 당시보다는 발전된 수준이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 당시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었던 한 공무원은 “전담 공무원들이 초대된 단체 메신저 방에서 ‘어떻게 행동하라’라는 공지 정도만 받았고 체계적인 매뉴얼이나 교육은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류품을 찾을 때 전담 공무원들이 있어 감사했다는 유족들도 있었지만, 아쉬움을 토로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하루 종일 병원에 2~3명이 오셔서 계속해 앉아만 계셨다”며 “'필요한 거 있으면 뭐든지 말씀해달라'고 하는데, 당시에 너무 정신이 없어 필요한 게 뭔지도 몰랐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례를 치르고 나서는 경기도에서 버스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분이 전화가 왔다”라며 “여기저기서 공무원들이 배치되다 보니 헷갈렸다”고 토로했다.

다른 유가족은 “아이들 이름 앞에 고인이라는 명칭을 실감도 하기 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며 “병원을 몇 군데 돌아다녀도 사망 진단서를 받을 수 없었고, 장례를 치르자마자 장례비를 빨리 신청하라며 전화해서 독촉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전문가 “체계적인 매뉴얼부터 상시 교육 필요”

▲이태원 참사 관련 유가족 전담 공무원 매뉴얼 중 행동요령 발췌. (자료제공=서울시)
▲이태원 참사 관련 유가족 전담 공무원 매뉴얼 중 행동요령 발췌. (자료제공=서울시)

전문가들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시에서 지난달 1일 배포한 매뉴얼에는 충분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유가족을 지원하는 전담 공무원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아예 (각 부서에) 발령받을 때부터 교육이 필요하다”라며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상시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 공무원 매뉴얼에서도 전담 공무원의 역할, 그리고 어떤 부분까지 담당하게 되는지,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춰야 하는지 등 전방위적인 내용이 다 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박성현 4·16 재단 팀장은 “국가트라우마센터나 국가 차원에서 여러 전문가의 제언을 받아 체계적인 매뉴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며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을 처음 만날 때부터 마지막까지의 과정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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