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 '규제→자율' 전환…노동계도, 경영계도 불만

입력 2022-11-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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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자율규제 중심 전환하고 처벌요건 명확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규제·처벌 중심의 산업재해 예방체계를 자율규제 중심으로 전환한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론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이 같은 방향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로드맵은 2021년 0.43‱(퍼밀리아드)인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를 202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9‱)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최근 8년째 0.4~0.5‱ 수준에 정체돼 있다.

고용부는 이를 기업들이 처벌 회피를 위한 서류작업에 치중하고, 근로자들은 스스로 ‘보호 대상’으로 인식해 산재 예방에 주체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은 선진국들이 자율규제 중심으로 산업재해 예방체계를 전환한 점을 언급하며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다수의 입법을 통한 촘촘한 정부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더 이상 사망사고를 줄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로드맵의 핵심은 위험성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하위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하고, 평상시에는 위험성평가를 활용해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예방 노력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2013년 산업안전보건법에 위험성평가가 도입됐으나, 법·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대다수 사업장이 위험성평가를 추가 규제로만 인식해 현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고용부는 제도를 ‘핵심 위험요인’ 발굴‧개선과 ‘재발 방지’ 중심으로 운영하고,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300인 이상, 2024년에는 50인 이상, 2025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간편한 체크리스트 기법, OPS(One Point Sheet) 방식 등도 개발·보급한다. 산업안전감독 및 법령체계도 위험성평가 점검으로 전환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개정한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위주로 처벌요건을 명확히 하고,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내린다. 재계와 기획재정부가 요구한 경영책임자 범위 조정은 이번 로드맵에 포함되지 않았다. 근로자의 안전보건 참여도 대폭 확대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참여 중심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대상을 100인 이상에서 3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따라 포상과 제재가 연계될 수 있도록 표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마련·보급해 취업규칙에 반영하도록 지도한다.

노동계는 이번 로드맵에 대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안전보건과 관련한 권한, 예산, 여건 등은 제대로 보장 하지 않으면서 안전보건 관련 직책만 맡겨놓고선 노동자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도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자율은 명목뿐이고, 오히려 처벌·감독 등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경영계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표적 타율적 규제이며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 개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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