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탄소중립의 사각지대

입력 2022-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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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술인증 등 저탄소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은 최종 상품 생산업체뿐입니다. 중간공정을 처리하는 임가공업체는 인증받는 게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경기 화성에서 열린 ‘기술규제 기업간담회’에 참석한 한 임가공업체 임원의 토로다. 건설자재와 자동차 부품 등의 도장을 전문으로 하는 이 업체는 최근 공정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인하는 녹색기술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녹색인증은 정부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과 제품을 보증하는 제도다. 정부는 녹색인증을 획득한 업체에 대해 조달사업 다수공급자계약 우대와 정책자금 융자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기술 인증 범위가 한정돼 있어 임가공 업종 등 다수 중소기업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매년 온실가스를 4.17% 줄여야 하는데 이는 미국(2.81%), 일본(3.56%)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색은 정부가 냈는데, 탄소 배출 감축의 책임은 각 기업이 져야 한다. 특히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부문 배출량의 약 30%,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중소제조업체 가운데 하도급 기업의 비중은 42.1%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동참 없이는 탄소중립 달성이 요원한 이유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중소기업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탄소 저감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기업의 동력을 상실케 하고 나아가 탄소중립 달성을 더 어렵게 만든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탄소중립 동참을 유도할 세심한 지원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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