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승진 취소됐다면 급여상승분 반환해야”

입력 2022-09-20 12:01 수정 2022-09-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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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하자로 승진 취소됐다면 소급적으로 효력 상실”
승진 후 받은 급여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
무효인 승진에 지급된 급여의 부당이득 판단기준 첫 제시

승진이 취소됐다면 승진으로 인한 급여 상승분은 ‘부당이득’이 돼 임금을 지불한 사측에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0일 한국농어촌공사가 승진이 취소된 직원들을 상대로 승진에 따라 지급한 급여 상승분의 반환을 청구한 상고심 사건에서, ‘급여 상승분이 승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데에 대한 대가로 지급됐으므로 농어촌공사 직원들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그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뉴시스)

부정행위로 승진시험 합격→승진 발령 취소

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농어촌공사로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의해 설립돼 농어촌정비사업 등을 수행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농어촌공사 소속의 직원들이다.

농어촌공사는 직원들의 승진시험을 외부업체에 의뢰‧실시하는데,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시행된 승진시험에서 피고들을 포함한 농어촌공사의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외부업체로부터 시험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이들에 대한 승진 발령을 취소했다.

농어촌공사의 연봉제 규정을 보면, 이 회사 직원의 기본연봉은 연봉재산정사유 발생 이전 기본연봉에 표준가산급, 임금교섭에 따라 증감하는 금액, 직무급을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 직원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한 때에는 발령일 직전에 지급받던 기본연봉에 승진한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과 승진가산급을 더해 결정한다.

농어촌공사는 3급 내지 5급 직원을 대상으로 업무의 중요도, 난이도 등을 고려해 직위를 구분하고 직위에 따라 직무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3급은 차장, 4급은 과장 또는 대리의 직위를 부여받고 5급은 별도의 직위 없이 매월 일정한 돈을 직무급으로 받고 있다.

피고들은 이 사건 각 승진발령에 따라 3급 또는 5급으로 승진해 승진 취소일까지 3급 또는 5급 직원으로서 근무하며 3급 또는 5급 승진에 따른 표준가산급 상승분 및 승진가산급과 이에 기초해 산정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 상승분(이하 급여 상승분)과 직무급 등을 받았다.

농어촌공사는 승진발령이 무효이므로 피고들이 해당 승진일부터 승진 취소일까지 승진으로 인해 수령한 급여 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급여 상승분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승진後 업무‧종전직급 업무간 실질적 차이 따져야”

재판에서는 승진 발령이 무효인 경우 승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수령한 임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은 원고 주장을 배척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3급 또는 5급으로 승급한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급여를 받은 이상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거나 그로 인해 원고인 농어촌공사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급여 상승분이 피고들이 수행한 업무와는 전적으로 상관없이 ‘승진 자체’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 반환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승진 후에 수행한 업무가 종전 직급에서 수행한 업무와 실질적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원심 법원이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들에 대한 승진이 중대한 하자로 취소돼서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은 승진 전의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을 받아야 하고, 승진가산급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피고들이 승진 후 받은 급여 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무효인 승진에 따라 지급된 급여가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최초로 명확히 제시했다”며 “향후 유사한 쟁점에 관한 하급심의 심리‧판단에서 지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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