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동네 사회학자의 자기성찰…‘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입력 2022-09-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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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글처럼 정의롭지 않았다. 그 격차를 부끄럽게 고백하되, 그 사이 긴장과 모순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 수밖에 없다. 그런 발언과 고민들이 이 책의 밑거름이 됐다.

2019년에 칼럼 ‘대학을 떠나며’를 발표, 정규직 교수를 사직해 화제를 일으켰던 사회학자 조형근 작가는 최근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를 출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지금의 대학에 부적합한 인물이었다. 업적 생산 경쟁과 세상을 향한 발언을 병행하기가 불가능했다”며 “그렇게 사표를 쓰고 동네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는 조 작가가 대학을 떠난 이후 3년 동안 ‘동네 사회학자’로 활동하며 고민한 바가 담겼다. 그는 대학과 지식인의 역할을 묻는 글을 시작으로 민주주의를 갱신하기 위한 고민, 세월호 사건의 사회적 의미, 주거 빈민의 삶에 대한 고민 등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행복경제학’을 제시한다. 행복경제학은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창시한 개념이다. 이스털린은 소득과 행복에 관한 관계를 탐구하며 행복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뒤바꿨다. 지난 4월에는 ‘지적 행복론’을 출간해 행복을 경제학의 언어로 설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 작가는 “소득이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삶이 꼭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면 굳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행복해지지도 않는 데 열심히 사는 삶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등의 물음을 던지며 “행복경제학은 경제성장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대안적 담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행복경제학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는 바로 ‘관계’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재를 생산하고 소비할 시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조 작가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다. 관계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행복이란 타자와의 관계, 즉 ‘관계재’에 의존한다”며 “요컨대 행복해지려면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경제체제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경제체제는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호혜적으로 협력하고, 시장이 초래하는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결합할 때 이룩할 수 있다는 게 조 작가의 설명이다.

아울러 ‘관계’는 ‘교차성’이라는 단어와 이어진다. 조 작가는 백인-남성-비장애를 규범적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단일 정체성에 입각한 정체성의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그들이 겪는 차별의 경험을 인종과 젠더의 교차로에서 재구성하고 비판의 지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제 교차성 개념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젠더와 인종은 물론, 계급‧계층, 섹슈얼리티, 장애, 연령, 종교, 국적, 출신 지역 등 억압과 차별이 작동되는 모든 메커니즘들은 교차적으로 분석되고 비판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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