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국 일본,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가나…기시다 “가능한 한 빨리 개헌하겠다”

입력 2022-07-11 16:31 수정 2022-07-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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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서 자민당 압승, 아베 사망에 보수 결집
개헌 정족수도 충족, 헌법 9조에 자위대 명시하는 개헌 속도
태평양 전쟁 후 전쟁 못 하는 일본, 다시 전쟁 가능국 노려
아베 조부 시절부터 노리던 야망 실현 눈앞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 자민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 자민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전범국 일본이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극우성향 민족주의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 사건에 잠시 요동쳤던 일본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을 발판으로 다시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사망에서 자민당 선거 압승으로

11일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125석 가운데 자민당이 63석을 차지해 단독 과반을 달성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애초 연립여당인 공민당과 합한 의석수가 과반을 달성하는 것을 선거 승패 기준으로 삼았던 자민당이었지만, 선거 이틀을 남기고 벌어진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사건이 보수층을 결집하면서 대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4개 정당을 더한 이른바 ‘개헌세력’이 획득한 의석수(177석)가 개헌 발의 정족수인 3분의 2(166석)를 크게 웃돌면서 개헌 논의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일본의 숙원, ‘전쟁 가능국’으로의 전환

무엇보다 아베 전 총리의 생전 숙원이었던 평화헌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평화헌법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제정된 헌법으로, 일본의 비무장화와 천황의 정치적 권한 축소 등을 골자로 한다.

그중에서도 아베 정권 시절 일본은 개헌을 통해 헌법 9조에 손대려 했다. 헌법 9조에는 ‘전쟁을 포기하고, 이를 위한 군대는 보유할 수 없으며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민당은 헌법 9조를 유지하는 대신 자위대 존립의 필요성을 9조 2항에 명시하자는 주장을 지금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도쿄 자위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14일 도쿄 자위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패전국으로서 정식 국군 대신 자위대만 운용할 수 있는 일본이 헌법에 자위대를 명시한다는 건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지위를 높이고 유사시 자위대를 주변국에 파견하기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른 의미로는 전쟁을 일으킬 자격을 얻으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시작은 1990년대 결성된 극우단체 ‘일본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0년대 중반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결성한 일본회의의 기조는 황실 존숭과 보통의 군대, 역사 교과서 수정, 헌법 개정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아베가 총리 시절 내세우던 정책들과 유사하다.

교도통신 서울특파원을 지낸 아오키 오사무가 펴낸 ‘일본회의의 정체’에 따르면 실제로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주요 인사들 모두 일본회의에 속해 현재까지 기조를 이어받고 있다.

일본 칸다외국어대의 제프리 홀 정치학 교수는 “자민당은 긴 게임을 해왔다. 1950년대 당을 결성한 순간부터 아베 전 총리의 할아버지를 비롯한 보수적인 당원들은 헌법 9조 폐지를 원했다”며 “그들이 실제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중도우파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아베 전 총리의 정책적 신념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개헌과 보통의 군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인 이날 새벽 현지 매체들과의 릴레이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개헌을 다짐했다. 그는 “자민당은 매우 중요한 과제를 제안하고 있고, 이를 꼭 밀고 나가야 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국주의 강대국의 부활, 윤석열 정부 앞날은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늘 버텨오던 한국 정부는 이제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까지 마주할 위험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 있다. 이후 국민의힘은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한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수습했지만, 일본이 개헌에 성공하면 이제 이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윤 정부는 출범 후 한일관계 개선에 집중하고 있어 오랜 기간 전쟁 가능국으로의 전환을 준비한 자민당의 일본과의 관계설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중요해진 각국 방위력 강화 추세와 북한의 핵 위협 등도 변수로 남았다.

물론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해서 곧바로 개헌이 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일본 정부는 개헌세력 내부에서도 조금씩 입장 차이가 있는 만큼 내달 초 임시국회를 열어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단순 정족수가 아닌) 개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모여야 한다”며 “큰 과제에 용기를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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