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양도' 계약해놓고 채무자에게 돈 받아 처분…대법 "횡령죄 성립 안 돼"

입력 2022-06-23 15: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기존 판례 뒤집어…형사처벌 아닌 민사소송 대상이란 취지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채권을 넘겨주기로 계약한 사람(채권양도인)이 임의로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 돈을 받아 처분했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3일 횡령죄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점포를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중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식당의 양도를 의뢰했다. 중개업자는 B 씨 소유의 임야와 이 식당의 교환을 제안했다. 2013년 A 씨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하는 내용이 포함된 양도계약을 B 씨와 맺고 양도대금 중 5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교환대상 토지를 변경하기로 했다가 기존 토지와 변경 토지의 시가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 분쟁이 이어지던 중 A 씨는 점포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 1100여만 원을 반환받아 사용했다.

검찰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B 씨에게 양도했음에도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 횡령했다는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9년 4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주기 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해 수령한 금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채권양수인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사건에서 “채권양도인이 금전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해 금전을 수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수인이 아닌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해 이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양수인을 위해 ‘대신 금전을 수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채권양도인과 채권양수인은 통상 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은 기존 판례가 타당해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김선수 대법관은 기존 판례가 타당하지만,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는 사안이므로 A 씨에게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11월 괴담 아닌 12월 괴담 [이슈크래커]
  • '소년범 논란' 조진웅이 쏘아 올린 공…"과거 언제까지" vs "피해자 우선"
  • 박나래, 결국 활동 중단⋯'나혼산'서도 못 본다
  • LCC 3사, 진에어 중심 통합…내년 1분기 출범 목표
  • 기술력으로 中 넘는다…벤츠 손잡고 유럽 공략하는 LG엔솔
  • "6천원으로 한 끼 해결"…국밥·백반 제친 '가성비 점심'
  • 엑시노스 2600 새 벤치마크 성능 상승… 갤럭시 S26 기대감 커져
  • 오늘의 상승종목

  • 12.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249,000
    • -1.79%
    • 이더리움
    • 4,626,000
    • -1.24%
    • 비트코인 캐시
    • 864,000
    • -3.79%
    • 리플
    • 3,089
    • -1.69%
    • 솔라나
    • 201,200
    • -0.84%
    • 에이다
    • 646
    • -0.15%
    • 트론
    • 422
    • -1.4%
    • 스텔라루멘
    • 361
    • -0.8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9,900
    • -1.68%
    • 체인링크
    • 20,380
    • -3.09%
    • 샌드박스
    • 210
    • -1.4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