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신화' 39년] "무모하다" 만류에도 '직진'…10년만 세계 1위 '우뚝'

입력 2022-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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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개발 6개월 걸린 64K D램
반도체 선언 8개월 만에 자체 개발

공장증설 우려에도 제2창업 선언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성공

▲1980년 삼성본관에서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웃고있는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1980년 삼성본관에서 이병철 선대회장과 함께 웃고있는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39년 전 삼성의 반도체 선언 이후 마냥 ‘꽃길’만 이어진 건 아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은 그룹의 미래로 ‘반도체’를 낙점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반도체를 해야겠다”고 말했지만 재계 반응은 영 마뜩잖았다.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재계 반응은 영 마뜩잖았다. 우선 1974년 삼성그룹이 지분을 인수했던 한국반도체가 삼성반도체로 옷을 갈아입었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6년 만에 흡수합병이라는 초라한 끝을 맺은 전례가 있었다.

막대한 시설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도 주된 반대 이유로 작용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마저도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는 인구 1억, GNP 1만 달러, 내수판매 50% 이상이 가능한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단정 지을 정도였다.

업계 시선도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당시 반도체 강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까지 내놨다. △한국의 작은 내수시장 △취약한 관련 산업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삼성전자의 열악한 규모 △빈약한 기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삼성반도체로 발령되면 퇴직하겠다”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회사 내에서 떠돌았다.

나쁘든 좋든 삼성의 반도체 선언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사업에 실패한다면 그룹 존폐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선언’ 불과 8개월 후인 1983년 11월, 기적이 일어난다. 반도체 사업 첫 품목이었던 64K D램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였다. 일본조차 개발에 6년이 걸린 제품이었다.

1986년 기흥 3라인 착공을 둘러싼 일화는 삼성 반도체가 거쳐온 도전의 길을 그대로 보여준다. 삼성이 반도체 3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결정했을 때, 업계 내외에선 우려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당시 일본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D램 시장 불황으로 누적적자는 하루가 다르게 쌓였고, 오일파동까지 겹쳤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 선대회장은 국제 정세상 반도체 부족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빠른 착공을 주문했다. 1987년 신임 회장에 오른 이건희 회장 역시 적자로 인해 기흥 공장 1~3라인 공사를 멈춰야 한다는 임원진들의 건의에 오히려 화를 내며 ‘제2 창업’을 선언했다.

이러한 결정은 1988년 D램 시장 대호황기를 맞으며 재평가됐다. 투자를 미룬 일본, 대만 등의 경쟁사와 비교해 우위를 쟁취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D램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1992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도 성공한다. 그해 삼성전자는 D램 시장 왕좌에 오른다. 반도체 선언 이후, 불과 10년 만에 달성한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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