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띠해 2022 재계 인사 트렌드는 ‘T.I.G.E.R’

입력 2021-12-19 18:09 수정 2021-12-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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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ㆍ통합ㆍ세대교체ㆍ권한부여ㆍ책임경영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안정보다는 변화와 혁신이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 그룹의 내년도 정기인사가 마무리됐다. 2022년 재계 인사와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트렌드는 ‘변화’와 ‘혁신’으로 모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생존하기 위해선 기존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2022년 임인년 범띠해를 맞아 ‘T.I.G.E.R’의 앞글자를 딴 재계 인사 키워드들 짚어 본다.


Tech(기술), 기술자의 도약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기아차 본사의 모습 (뉴시스)
▲서울 서초구 헌릉로 현대·기아차 본사의 모습 (뉴시스)

17일 단행된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하반기 정기 임원인사는 연구개발 역량 확대에 집중했다. 연구개발 부문의 신규 임원 승진자 비율도 37%에 달했다.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구체화를 위한 인포테인먼트, ICT, 자율주행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도 승진 배치했다.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ㆍ전자개발센터장 추교웅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밖에 김흥수 미래성장기획실장ㆍEV 사업부장(전무),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임태원 기초선행연구소장ㆍ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 역시 이번 인사에서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등 높은 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글로벌 사업실적을 달성한 인재를 승진시키고, 제네시스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부영입도 시행했다. 대표적으로 부사장급인 ICT 혁신본부장에는 NHN CTO 출신의 진은숙 부사장을 영입해 임명했다.

삼성전자 부회장에 오른 한종희 DX부문장은 TV 개발 부서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삼성전자 TV 15년 연속 세계 1위 신화를 쓴 주역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기 사장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로 영전한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삼성전자에서 D램 설계,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며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사장)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컨트롤러개발팀장, 플래시개발실 담당임원, 솔루션개발실장으로 일하며 SSD 등 낸드플래시 제품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탄생한 30대 상무 4명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LG전자에선 미래기술센터장을 역임한 김병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았다. 김 CTO는 올 초 세계 최대 전기·전자공학 기술전문가 모임인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통신 분야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IEEE 펠로우(Fellow, 석학회원)로 선정된 바 있다.


Integration(통합), 조직 효율성 강화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뉴시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뉴시스)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도 활발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하며 임원 직급단계를 과감히 축소했다.

동시에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을 폐지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대신 성과와 전문성을 여러모로 검증하기 위한 ‘승격 세션’을 도입했다.

또 기존 ITㆍ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세트 사업 2개 부문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재탄생시켰다. 새로 출범한 DX 부문은 VD(Visual Display), 생활가전, 의료기기, MX, 네트워크 등의 사업부로 구성된다.

D(Device)는 세트 부문의 업(業)의 개념을 표현한 것이며, X(eXperience)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고객 경험 중심‘이라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한 개념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중장기 사업 구조와 미래 지향성, 글로벌 리더십 강화 등을 위해 추진했다.

또 무선사업부 명칭도 26년 만에 ‘MX 사업부(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했다. 특히 새로운 명칭 MX(Mobile Experience)는 스마트폰부터 태블릿, PC, 웨어러블 등 다양한 제품은 물론 고객 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연결된 ’갤럭시 에코시스템‘과 개방형 파트너십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 강조한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취임사로 “고객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그 삶의 여정에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업부와 제품 간 벽을 허물고, 고객 입장에서 느끼면서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eneration shift(세대교체), 30~40대 부각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세대교체의 가속화도 에번 인사의 특징이다. 먼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온 이른바 ‘가신그룹’이 막을 내렸다. MK체제의 마지막 부회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노무 분야 전문인이었던 윤여철 그룹 부회장이 물러났다.

이밖에 하언태 현대차 울산공장 사장, 이원희 품질담당 사장, 이광국 중국사업 총괄 사장 등이 퇴진하며 고문으로 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회장 및 사장 승진 인사는 없었다. 다만 이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부사장 및 전무급이 분야별 전면에 나선다.

윤 부회장이 맡아온 노무 분야는 정상빈 정책개발실장 부사장이 담당한다. 울산공장 책임자였던 하 사장을 대신해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부사장이 책임을 맡는다.

이밖에 중국 사업 부활의 책임을 맡았던 이광국 사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이혁준 HMGC 총경리(전무급)가 오르게 됐다. 이원희 사장의 후임은 제조솔루션본부장인 정준철 부사장과 경영혁신본부장인 박홍재 부사장이 나눠서 담당한다.

윗선의 경영일선 후퇴와 함께 신규 임원이 대거 발탁됐다. 203명의 책임매니저거 임원 반열에 오르면서 세대교체에 나섰다.

신규 임원 승진자는 역대 최다인 203명이었다. 500명이 넘어선 임원 인사에서 신규 임원은 130명 안팎이었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이다.

세대교체는 신규 임원 인사에서 확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신규 임원 가운데 40대가 3분의 1에 달했다.

현대차는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육성하는 한편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의 총 68명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40대 비중은 14.7%(10명)이었으며 총 113명의 상무 승진자 중 30대는 3.5%(4명)이었다. 30대 상무 승진은 2013년과 함께 역대 최다 타이기록. 40대 부사장 승진자는 1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LG는 잠재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고객가치’와 ‘미래준비’를 도전적으로 실행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실시한 네 번의 임원 인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대거 발탁했다. 신규 임원 중 40대는 82명으로 62%를 차지했다. 전체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SK그룹 역시 올해 46세의 노종원 SK하이닉스 미래전략담당 부사장 겸 최고재무관리자(CFO)가 하이닉스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MZ(밀레니얼+Z)세대 우수리더로 1982년생 이재서 신임 전략기획 담당을 임원 발탁했다.

지난 10월 말 진행한 코오롱그룹에서도 신임 상무보 21명 중 85%에 달하는 18명이 40대였다.


Empowerment(권한부여), 쏠림 없는 경영 구조 확립

▲LG 사옥 모습 (연합뉴스)
▲LG 사옥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가신그룹으로 꼽혔던 윤여철 노무 담당 부회장이 물러 났지만 신규 부회장 선임을 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만 남게 돼 사실상 부회장 체제가 없어지고, 계열사별 경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 역시 계열사별로 인사위원회를 신설하고 CEO 및 주요임원의 평가 등 계열사별로 독립된 인사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장동현 SK㈜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지주회사와 중간사업지주사 모두 부회장급 CEO 체제로 전환했다.


Responsibility(책임 경영), 리더 역량 중요

계열사별 경영 구조가 확립되면서 각 CEO 및 임원들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첫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실패 용인되는 업무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업무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성장기업 만들기 위해서는 임원이 아니라 실무자가 결정하는 권한 가지게 할 것”이라며 “임원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LG전자는 4개 사업본부 체제로 운영하며 각 사업부에 책임을 명확히 했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은 해당 본부를 계속 맡는다.

BS사업본부장은 IT사업부장을 맡으면서 노트북 ‘그램’의 제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PC사업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장익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는다.

VS사업본부장은 VS스마트사업부장을 역임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높은 성장세를 이뤄낸 은석현 전무가 맡는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고, 경영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으로 정면돌파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인사와 조직개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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