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 진짜 얄궂은 인연...전두환, 노태우 사망 한달 여만에 별세

입력 2021-11-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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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재학 당시 오성회 동료들과 기념촬영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 재학 당시 오성회 동료들과 기념촬영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전 대통령 전두환 씨가 23일 사망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한달 여만이다. 두 사람은 애증의 관계였다. 한때 막역한 친구 사이였으나, 전 씨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최고 통치자와 2인자 관계가 됐다.

육사 동기…결혼식 사회 봐줄 정도로 돈독

이들의 인연은 육군사관학교 시절부터다. 두 사람은 1952년 육군사관학교 11기로 입학한 동기다. 전 씨의 고향이 경남 합천, 노 전 대통령이 대구로 동향(同鄕)인 탓에 가까워졌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육사 생도 시절 전 씨는 축구부에서 활동했고, 노 전 대통령은 럭비부 선수로 뛰었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전 씨를 두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활동적 인물이었다. 우리는 우정과 동지애가 유난히 강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의 결혼식 사회도 노 전 대통령이 봤다.

12·12 쿠데타 주축…친구따라 대통령까지

학생 시절 이어진 인연은 군 생활까지 이어졌다. 1964년 3월 두 사람은 육사 출신의 결사 조직인 ‘하나회’를 꾸렸다. 전 씨와 노 전 대통령이 주축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 오늘인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들은 신군부를 이끌고 12·12 쿠데타를 벌였다.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 씨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 재가 없이 체포하고, 무단으로 군을 서울로 진입시켰다.

이를 계기로 정치 전면에 선 전 씨는 시국 수습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듬해 8월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전 씨가 1980년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노 전 대통령도 전 씨를 따라 정계에 입문한다.

▲(연합뉴스)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결국 금간 우정…손잡고 법정에

전 씨는 노 전 대통령을 후계자로 세우고 물러났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간다. ‘5공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노 전 대통령이 조금씩 부응하면서다. 전 씨에 대한 구속 요구가 빗발치자 노 전 대통령은 그를 백담사로 보낸다. 사실상 유배였다.

이 과정에서 전 씨는 노 전 대통령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철언 전 의원이 2005년 펴낸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내가 상당히 무리해서 노태우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는데…. 차라리 암살범을 시켜 후임자가 선임자를 죽이는 것이 깨끗하다”고 했다.

이후 두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5년 나란히 구속돼 법정에 서서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이후 12·12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수사가 겹치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소원해진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각각 선고받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 씨는 먼저 검찰 소환에 응해 구속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쉽게 검찰에 가는 것이 아닌데 끝까지 버텼어야지”라면서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우정을 국가보다 상위에 놓을 수 없게 됐다. 인식의 차이로 해서 전임자는 나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서운해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서술했다.

마지막 가는 길도 배웅 못해

이후 두 사람은 2년 만에 출소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병세가 깊어져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전 씨가 노 전 대통령을 병문안을 갔으나 이미 노 전 대통령은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을 알아보겠냐”는 전 전 대통령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눈만 깜빡였다고 한다.

오랜 애증의 관계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세상을 떠났으나 전 씨는 옛 친구의 가는 길을 배웅해 주지 못했다.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 씨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정치·인생 역정을 함께한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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