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기념사로 본 삼성전자의 위기의식 변화…“100년 기업, 자문해 봐야”

입력 2021-11-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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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 2018년…“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기반 구축”
창립 50주년 2019년…이재용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 되자”
이건희 회장 별세 2020년…“도전ㆍ혁신 DNA로 100년 기업 기반 구축”
올해 52주년…“100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자문해 볼 때”

▲11월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2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11월 1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2주년 기념식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앞으로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반세기 역사를 통과한 삼성전자의 창립기념 메시지가 날카로워졌다. 올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 일본의 수출규제, 이건희 회장 별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을 1년 단위로 겪었다. 경영진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위기의식 강조로 사내에 다시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1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2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기남 부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빅뱅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며 “경영환경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예년과 달리 ‘100년 기업’을 향한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전개될 초지능화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자문해 봐야 할 때”라며 임직원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을 겪으며 창립 이래 최대 연간 매출(244조 원)과 영업이익(59조 원)을 기록했던 2018년 당시 김기남 사장은 “탄탄한 사업 구조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자”라고 말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있었던 2019년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임직원에게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창립기념일에 일본 현지 사업 점검을 위해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자”라며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첫 창립기념일을 맞은 지난해에는 김기남 부회장이 ‘100년 기업’을 향한 다짐을 되새겼다. 김 부회장은 “우리에게 내재한 ‘도전과 혁신의 DNA’를 계승·발전시켜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 기반을 구축하자”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100년 기업을 목표로 삼고 임직원을 독려해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100년 기업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장에서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도 코로나19 여파로 가동률에 타격을 입었다. 또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과 원자재 및 부품 공급 대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환경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사태와 맞물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대만 TSMC, 인텔 등 경쟁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마이크론은 첨단 메모리 기술 양산을 시작하며 ‘초격차’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도 판매량에서는 샤오미의 거센 위협을 받고 있으며, 수익성에서는 애플에 크게 밀리고 있다.

내년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최소 2~3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자연스럽게 자국 제조망을 확충하려는 주요국의 움직임은 더욱 심화하고, 이에 따른 반도체 패권경쟁도 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난달 27일 열린 ‘반도체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반도체 수급 불균형 지속에 따른 국가 간 패권 경쟁은 반도체 시장 개화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제조와 개발) 역할 분담 체제에서 ‘자국에 모든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라는 프레임이 자리 잡은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동시에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굵직한 이벤트들을 소화한 뒤 조만간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이 열렸고, 이달에는 삼성전자의 52주년 창립기념식과 더불어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4주기(19일)가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로 미국 출장을 떠나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지를 최종 결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1969년 1월에 설립(삼성전자공업)했지만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해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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