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환율 불확실성에 긴장… 누가 웃고 누가 울까?

입력 2021-08-22 15:02 수정 2021-08-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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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 급등… 과거보단 영향 제한적
급격히 오르거나 내리면 경영 불확실성 커져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환율 등락 자체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ㆍ중 갈등 등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국내 산업계는 연이은 악재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와 더불어 환율 변동은 경영 불확실성을 짙게 만드는 악재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20일 기준 1179.6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장중엔 118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환율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환율이 급등락하면 경영 예측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자, 정유·화학·철강,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주력 업종 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과거보단 영향 제한적… 전자·자동차 등은 오히려 호재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일단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산업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와 달리 해외 생산기지가 많이 늘었고,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준비들을 상시적으로 해놨기 때문이다.

원재료와 장비 수입 등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지만, 수출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산업계의 관측이다.

먼저 전자업계는 환율 급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 크다. 반도체 초호황이던 2017년 환율 급락세로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수요가 넘쳐 큰 영향은 없었다.

이와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거나 증가한다는 가정 아래 반도체는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환영향은 달러화, 유로화, 주요 이머징 마켓 통화가 원화 대비 소폭 강세를 나타내며 부품과 세트 사업 전반에 걸쳐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에 2000억 원 수준의 긍정적 영향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반면, 핵심 장비와 재료 수입 등에서는 불리하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대당 가격이 2000억 원이 넘으며 네덜란드 ASML로부터 전량 수입해 와야 한다.

또 삼성의 경우 미국에 170억 달러 규모 파운드리 투자도 앞두고 있어 중장기적인 환율 상승은 악재다.

▲현대차 양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양재 사옥 (사진제공=현대차)

자동차 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이 연간 400만 대를 생산하고 200만 대 이상을 수출하는 구조 덕분이다.

현대차는 반기보고서에서 달러 가치가 5% 상승하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1108억 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이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환율 상승은 순이익과 영업이익에 유리했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가가치 하락 △영업이익 감소 등의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조선업계도 통상 환율 상승은 호재다. 선박 대금이 모두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매출은 물론 수익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정유·화학·철강, 항공 업계 수익성 저하 우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야경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야경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

정유업계는 환율 변동에 특히 민감하다. 매출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를 100% 달러로 수입해오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구매대금이 오르면서 손실을 보는 구조다.

일례로 지난해 1분기 환율이 5.6%가량 오르자 국내 정유 4사들이 평균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봤다. 다만 생산 제품의 상당 부분을 수출하는데 여기서는 반대로 높은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석유화학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올라 부정적이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마찬가지로 생산제품 대부분을 수출하기 때문에 판매할 때는 유리하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항공사들 역시 환율 상승에 노심초사다. 유류비 등을 달러로 내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지출 비용이 늘어나서다.

철광석 등 원재료를 달러로 결제하는 철강사에도 환율 상승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철강 경기가 살아난 만큼 철강사들은 환율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환율과 경상수지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환율 변화가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기업 규모별로 상이하게 나타난다”며 “특히 원화 강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수출, 수익성, 투자, 부가가치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므로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의 재확산 가능성 등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 시기와 속도가 여전히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미 국채 금리의 상승 지속 여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조기변경 및 미ㆍ중간의 무역갈등 재현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 주체들은 원화가치의 변동성 확대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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