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유연ㆍ문성일 “스페셜 그 자체 ‘땡베리’…‘나’를 찾았죠”

입력 2021-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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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인터뷰…“생각만 해도 눈물 나요”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유연과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유연과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제 삶이 치유됐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죠.

배우 유연ㆍ문성일에게 뮤지컬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연출 김태형ㆍ제작 아이엠컬처ㆍ이하 땡베리)는 말 그대로 힐링 타임을 선사해준 작품이다. 두 사람은 연거푸 작품에 고마움을 표했다. 동시에 자신을 성장시켜준 작품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유연과 문성일은 ‘땡베리’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나’를 발견했고, 자신의 내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하는 중이다.

‘땡베리’는 온종일 어두운 방구석에서 티비만 보며 고독한 여생을 살아가는 독거노인 엠마가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엠마가 기억의 흔적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감동을 자아내는 극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 카페에서 엠마 역의 유연ㆍ로봇 역의 문성일을 만났다.

‘땡베리’는 2017년 초연된 후 3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유연은 “초연과 비교하면 넘버도 많이 늘어났고, 엠마의 과거 서사들이 늘어나면서 시간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초연 땐 로봇이 ‘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엠마의 남편인 ‘남자’ 역할까지 했지만, 이번 시즌에선 엠마, 로봇, 여자, 버나드ㆍ남자로 배역의 성격과 이름이 정리됐다.

“과거엔 남편이 보낸, 남편의 기억을 가진 로봇이었다면 지금은 엠마 자신이 보낸 로봇이에요. 엠마의 기억을 가진 거죠. 그게 아마 가장 큰 차이예요.” (유연)

극의 중심축을 이루는 건 엠마다. 엠마가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엠마가 그토록 자신을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는 식으로 극이 전개된다.

하지만 이 서사들을 가능케 한 건 로봇의 공이 크다. 유연 역시 “제가 엠마 자신이라고 생각했을 때 로봇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이대로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성일은 오히려 엠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로봇이 깨달은 모든 것들이 엠마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기억하고 느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배우 유연.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배우 유연.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다음은 유연ㆍ문성일과 일문일답

- 러닝타임이 90분이었는데, 재연은 110분으로 돌아왔다. 로봇에 엠마의 남편인 ‘스톤’ 정체성이 빠진 것 등 재연의 변화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초연 때는 엠마가 남편이 보낸 로봇을 만나면서 그 과정을 통해 상처를 이겨내고 일어났었죠. 지금은 로봇이 엠마 자신이 돼요. 엠마는 자신이 보낸 자신의 기억을 가지고 성장하는 인물이 되는 거예요. 예전엔 아무래도 로봇이 남편의 역할을 했으니 로맨스적으로 흘러갔어요. 그 로맨스가 빠져서 그런 것 같아요.” (유연)

“로봇은 형태는 남자지만, 성별조차 불분명해요. 남녀를 떠나서 로봇과 엠마의 로맨스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로맨스는 드라마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로맨스를 보지 않았어요.” (문성일)

- 객석이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배우들도 울컥하는 지점이 있을 텐데.

“저는 공연 때는 안 그러는 편인데도, 연습 때 너무 많이 울었어요. 로봇도 엠마가 자신을 만들어냈다는 걸 ‘신기한 일이지’라는 넘버를 부를 때 알게 돼요. 그때 각성이라는 걸 하는 거죠. 엠마에게 괜찮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위로해줘요. 하지만 저는 사람이다 보니 그 말 하나하나를 내가 나한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임하게 돼요. 슬픔보다 벅차오름을 느끼기도 하죠. ‘내가 나를 이렇게 위로해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요.” (문성일)

“제 과거와 마주할 땐 다 울컥해요. 첫 솔로 넘버를 부를 때면 빨리 내 삶이 끝나서 이 모든 게 사라졌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눈물이 흐르죠. 그리고 로봇을 통해 미아의 기억을 처음으로 꺼내며 과거의 미아를 마주할 때도 슬퍼지고요. ‘신기한 일이지’부터는 참던 걸 놔버리고 무너져버리고 쏟아내 버려요.” (유연)

- 공연 중 로봇은 울면 안 되지 않나.

“연습 때 많이 울어놔서 괜찮아요. 공연 때 그나마 허락되는 장면도 있어요. 마지막 부분에 ‘이 감정은 행복인 거죠?’라고 엠마에게 물어볼 때요. ‘땡베리’엔 로봇의 성장 라인도 있어요. 자신이 엠마의 행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게 아니라 엠마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는 거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문성일)

- 엠마와 로봇인 두 배우의 시너지도 좋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비주얼적으로도 보여줘야 하는 게 있어요. 누나가 무용을 해서인지 안무할 때 너무 편해요. 누나가 평소에도 유쾌하고 밝은 성격을 가졌어요. 모든 엠마 누나들이 다 성격이 좋아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저렇게 쿵짝을 맞춰줘요.” (문성일)

“김태형 연출님하고 ‘블랙앤블루’ 쇼케이스를 했을 때 처음 성일이를 만났어요. 서로 존재만 알고 있었는데, 짧은 기간에 너무 친해진 거예요. B급 유머가 너무 잘 맞아서 엄청 웃었어요.” (유연)

▲배우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배우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누나랑 있으면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어요. 누나가 상대 배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게끔 해줘요. 모르는 사람들은 ‘땡베리’ 한다고 하면 엠마 누나들이 기 셀 것 같다면서 ‘힘들겠다’고 말해요. 전혀 안 그래요. 누나들 모두 사람을 편안하게 해줘요.” (문성일)

- 팀워크가 좋은 게 작품을 보면서 느껴진다.

“대본도 중요하고 스태프도 중요하지만, 팀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좋은 기억에 남는 팀은 연습할 때부터 팀워크가 좋아요. 좋은 작품은 팀워크가 만든다고 생각해요.” (유연)

- '땡베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초연에선 엠마가 스톤이란 로봇을 통해 과거를 마주하게 됐다면, 이번엔 로봇, 여자, 버나드, 남자 영향을 모두 받는다는 거예요. 저한텐 로봇도, 과거의 엠마도, 버나드도 다 저 같아요. 모든 인물이 다 엠마예요. 마주하는 모든 캐릭터가 저한텐 다 큰 힘이 돼요.” (유연)

“사실 뮤지컬 ‘엠마’예요.” (문성일)

- 여배우에게 할머니 역할은 도전 아닌가.

“초연 때는 부담이 컸어요. 요즘은 무대도 리얼리즘을 추구하니까 분장과 의상의 힘만으로 커버가 안 될 수도 있거든요. 엠마의 나이를 최대한 낮추려고 60대로 설정하기도 했는데, 사실 저희 어머니 보면 60대인데도 저보다 더 소녀 같으시거든요. 그래서 극 안으로 들어갈수록 저희가 처음보다 나이를 더 먹게 되더라고요. 엠마가 어느 정도로 상처를 받았기에 자신을 그렇게 가둬뒀을지 생각하다 보면 더 황폐해져 버리거든요. 하지만 저는 엠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 매일 성장하고 치유 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지금은 부담이 전혀 없어요. 매일 행복하고 매일 아프지만, 행복하고 또 행복해요.” (유연)

▲배우 유연과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배우 유연과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 문성일은 로봇 연기 처음이지 않나. 움직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거 같다.

“끝까지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로봇의 움직임과 톤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했어요. 처음 테이블 리딩 할 때만 해도 엠마가 로봇을 꾸며주는 말 중 ‘로봇이 사람보다 사람 같다’고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사람처럼 하려고 했죠. 하지만 중반부터는 차별점을 두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러던 중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을 보게 됐어요. 로봇이 집에 들어와서 사는데, 결국 로봇이 인간에게 영향을 받는 이야기예요.” (문성일)

“‘땡베리’의 가장 큰 성과는 문성일이에요. 성일이는 로봇이라는 너무 추상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갖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더라고요. 또 디테일하게 고민하고요. 성일이가 계속 밀어 넣어주니 저희도 다양한 움직임을 해볼 수 있었어요. 복덩이에요.” (유연)

“로봇이 늘어져 있는 엠마를 계속 괴롭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리싸움을 해야 한다고 연출님께 말씀드렸죠. 그렇게 분위기를 휘어잡을 필요가 있었고요. 1차원적인 로봇의 화법에 다섯 가지 단계를 넣어보기도 했어요. 이게 안 되면 그다음을 엠마에게 던지는 식으로요. 엠마에게 동기화되는 과정 역시 세밀하게 만들어냈죠.” (문성일)

- 공연이 끝나면 굉장히 진 빠질 것 같다.

“아뇨! 오히려 개운해요. 엠마를 통해 저도 매일 치유하는 걸요. 그 어떤 약보다 더 치유되는 공연이에요.” (유연)

▲배우 유연과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배우 유연과 문성일.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 스스로 고립시키는 엠마가 공감되는 지점이 있을 거 같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스스로 벽을 쌓을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가 전시회를 가거나 문학을 접할 때도 자신을 투영해서 공감하고 많은 생각을 하잖아요. 공연할 때도 대본 보면서 나라면 할 수 없는 말들을 인물을 통해 할 때도 있고, 그들에게 반응하는 저를 통해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기도 해요. 그러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죠. ‘땡베리’ 하면서 문성일이란 사람을 알게 됐어요. 굉장히 스페셜한 거죠. 완벽주의자적인 성격 탓에 ‘자기 부정, 타인 긍정’을 할 때가 많아요. 같은 로봇 역할을 맡은 김바다가 제게 한 말이기도 했죠.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려고 해요.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문성일)

-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을 거 같나.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요즘 마음이 조금 아파요. 제가 엠마의 나이가 됐을 때도 엠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더 깊이 있게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상상을 하곤 해요. 그런데 그때까지 ‘땡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슬퍼져요.” (유연)

“오랜만에 웃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됐어요. 네 명의 배우가 조화롭게 퍼즐처럼 맞춰지는 게 좋다는 평을 많이 들었죠. 제가 추구하는 공연의 모습이에요. 또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돼서 행복합니다.” (문성일)

- 엠마에게 로봇은, 로봇에게 엠마는 어떤 존재일까.

“로봇은 엠마예요. 로봇이 엠마에게 찾아오지 않았다면, 제가 엠마라고 생각했을 때 그대로 죽었을 거 같아요. 엠마가 엠마로 살 수 있었던 건 로봇 덕분이죠.” (유연)

“로봇이라는 걸 빼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엠마라고 말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맞춰서, 누군가의 시선에 따라 ‘나’를 보이는 게 아니라, 가장 나다울 수 있게 해주는 존재요. 저희 대사 중에 그런 말이 있어요.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 있잖아. 나는 어떤 형태로든 끝까지 남아서 당신을 기억할 거야’라는 구절이요. 시간이 흘러 엠마는 변하고 로봇은 그대로일지라도 로봇이 살아있는 한 엠마는 살아있을 거예요.” (문성일)

▲배우 유연과 윤성일이 최근 대학로 인근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배우 유연과 윤성일이 최근 대학로 인근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황슬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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