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20배 빠른 5G, 꿈은 꿈으로?

입력 2021-07-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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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IT중소기업부 차장

지난달 28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났다. 5G(5세대) 이동통신 현안을 논의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작년 말 이후 이동통신업계에서는 28㎓ 대역 ‘진짜 5G’ 논란에 시끌시끌하다. 특히 통신 3사가 2018년 5G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올해 안에 28㎓ 대역 5G 기지국을 각각 1만5000국씩 총 4만5000국을 구축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3월 말까지 구축한 기지국 수가 91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통신 3사는 28㎓ 대역 주파수를 각각 2000억 원에 할당받았지만, 사업성을 이유로 이미 손상 처리했다.

임 장관은 간담회에서 “28㎓는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의 인프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고, 최선의 노력을 해서 활성화해야 한다”며 “국가 자원 주파수를 할당받은 만큼 책임감 있게 망 구축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의 논란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이전보다는 강경한 논조였다. 임 장관은 장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서비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고 기술 성숙도도 높지 않다. 올해 말까지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28㎓ 5G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지지부진한 28㎓ 기지국 설치에 대한 여론 악화 등이 부담이었는지, 아니면 임 장관의 논조 변화를 의식한 건지는 몰라도 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보였다.

3사 CEO들은 코엑스, 수원 위즈파크, 부여 정림사지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핫 스팟성’ 지역 10여 곳에 직접 예산을 들여 28㎓ 5G망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또 지하철 2호선 신설동과 성수역 구간에서 28㎓ 5G망으로 백홀로 구성해 지하철 와이파이 품질을 끌어올리는 실증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통신 3사 CEO의 입장 변화가 28㎓ 전국망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좀처럼 낮아 보인다. 이들이 투자 대비 수익성이라는 기존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실증 사업의 실효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통신 3사 CEO들은 지하철 실증 사업의 전제 조건으로 품질 확인이 우선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실증 결과를 토대로 추가 확산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28㎓ 대역 주파수는 잘 휘어지지 않는 전파 특성상 도달 범위가 좁아 지하철 차량의 앞뒤와 객실 내부에 장비를 추가로 깔아야 해 설치비가 더 든다. 또 지하철이 항시 움직이는 만큼 신호 끊김 현상이 더 잦을 것이란 의견이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전국망의 핵심인 28㎓ 기지국 구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사업자들이 28㎓ 구축 실적을 제출하면 내년 초 이행 점검을 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즉 28㎓ 5G의 B2C(기업 소비자 간) 서비스는 어렵다는 것을 홍보와 소통을 강화해서 제대로 알리자는 퇴로 마련에 입을 모았다. 세계 최초 상용화 당시 ‘LTE보다 20배 빠르다’며 보도자료를 뿌려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는 품질과 고가 요금제 논란이 계속되는 5G에서 요금제 변경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LTE로 유턴하고 있다. 이들보다 강경한 소비자는 집단소송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비자 후생은 등한시한 채 ‘최초’라는 타이틀과 돈 벌기에만 급급했던 정부와 업계의 이해가 맞물려 빚어진 촌극에 ‘진짜 5G’는 아득하기만 하다. spd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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