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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물]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언택트 시대, 소비자 주권 강화해야 기업도 생존한다"

입력 2021-01-14 16:00 수정 2021-01-14 16:21

비대면 거래·SNS 활성화로 소비자 파급력 막대…소비자3법은 기업 경쟁력 프로그램

(사진=소비자시민모임)
(사진=소비자시민모임)

‘언택트’가 일상이 되며 소비패턴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소비패턴의 변화는 '소비자'의 위상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비대면인 대신 SNS와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기업과 소통하고 상품에 대한 정보 공유는 한층 강화되고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업들의 생존법에 대한 해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백대용 회장(47)은 기업의 생존 필수요건으로 ‘소비자 인지 감수성’을 제시한다. 소비자 인지 감수성이란 소비자를 공감과 배려를 최우선으로 삼는 전략이다.

소비자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소비자 주권 강화에 힘쓰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백 회장에게 포스트코로나 시대 소비자의 위상변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대응전략을 들어봤다.

◇소비자운동은 경제 민주화 첫걸음…언택트 시대, '소비자 인지 감수성' 강화해야

백대용 회장은 사법연수원 재직 중 우연한 기회로 소비자시민모임에서 법률 상담 봉사활동을 하며 소비자 권익에 눈을 떴다. 당시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재벌규제, 환경 등 거창한 분야에 주목했다면 소시모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점이 달랐다.

백 회장은 “정치 민주화의 주역이 국민이라면 시장경제를 변화시키는 주역은 소비자”라면서 “소비자 운동이야말로 시장민주화,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운동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국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소시모, 한국소비자연맹, YMCA 등 여러 소비자단체에서 상담과 자문을 이어오던 중 2013년 소시모 이사로 선임돼 소시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소시모 임원이 된지 6년만인 2019년 그는 대의원 총회에서 40대 젊은 회장에 취임하며 소시모의 대표 얼굴이 됐다.

소시모는 국내 대표 소비자 NGO 단체로 늘 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을 소비자의 눈으로 미리 파악한 후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올해는 전통적 소비자운동 분야 이외에 환경, 에너지, 기후변화 운동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단순히 소비하는 주체에서 자원을 보다 오래 쓸 수 있는 노력이 소비자로부터 시작됨을 강조하는 것이 골자다. "쓰레기는 이제 돈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펼치는 자원재활용 운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위드코로나 시대 소비자주권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소비자 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 시대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만큼 ‘소비자 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은 기업이 소비자 주권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거래 확산에 힘입어 이제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이면 자신의 주권을 과감하게 행사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특정 소비자의 주권 행사가 미치는 파급효과도 기업이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소비자 리뷰시스템, 쌍방향 소통을 앞세운 라이브커머스 마케팅 등 기업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백 회장은 기업들에 시대적 흐름을 빠르게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능력인 ‘소비자 인지 감수성’이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아무리 사소한 소비자 불만이라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는 감수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라면서 “소비자 인지 감수성을 갖춘 회사만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랙컨슈머’는 극소수…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등 개선해야

소비자주권이 강해진 만큼 늘어나는 ‘블랙 컨슈머’는 기업들의 골칫거리다.

단종됐던 제품을 되살리고, 광고 모델도 바꿀 힘을 갖추고 있는 ‘프로슈머’ 등장에서 보는 것처럼 소비자 파워가 거센 가운데, 최근 배달앱에 달리는 악성리뷰 등 일부 악의를 품은 블랙 컨슈머의 일탈 행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백 회장은 “블랙 컨슈머의 일탈 행위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블랙컨슈머라는 용어가 자칫 소비자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백 회장은 “현재 기업들이 블랙컨슈머에 대해 나름대로 리스트를 공유하고 대응메뉴얼을 갖췄다"며 "소비자의 건전한 비판을 블랙컨슈머의 악의적인 행동으로 치부한다면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택트 소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미비가 소비자 불만 및 기업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꼽는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온라인에서 구매한 식품 관련 불만 상담 건수는 335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제품 판매처인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직접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하자가 발생했어도 오픈마켓에 입점한 경우라면 입점업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식이다. 중개사업자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 회장은 “최근 공정위가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전면 개정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처럼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주권 강화 시대에 맞춰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소비자들에게 우호적이고 친화적인 법과 제도,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소비자3법'은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규제 패러다임도 소비자 중심 전환해야

백 회장은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소비자권익증진기금 등 이른바 '소비자3법'의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공무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규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라면서 “기업은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관업무에 쏠리게 되고, 소비자는 당사자임에도 그 과정에서 지워질 뿐만 아니라 비용, 노력, 시간 등만 투입하고 결국 손해만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내달 임시국회 통과를 앞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소비자 중심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건만 봐도 소비자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면서 “어떤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가치평가를 정부가 해서는 안 되고 시장참여자인 기업과 소비자의 소통과 협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결정된 방향성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 회장은 소비자 주권 강화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믿는다. 그는 “소비자3법은 소비자만을 보호하자는 법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을 국가 챔피언에서 글로벌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한 기업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이다"라며 "소비자3법은 사업자의 불법행위 방지 및 억제 효과,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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