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수수료 분쟁] ①‘콘텐츠’ 하나면 ‘갑’

입력 2020-12-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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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를 둘러싼 방송사업자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보다 콘텐츠 공급자의 입지가 높아지며 분쟁이 빈발하는 가운데, 이를 관리ㆍ감독할 정부의 역할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J ENM-딜라이브 갈등, ‘거수’로 종결

올해 3월 CJ ENM은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을 요구했다. CJ ENM 측은 인상에 동의하지 않으면 ‘블랙아웃’(송출중단)에 나서겠다 주장해 200만 명의 딜라이브 시청자들은 tvN, 엠넷, OCN 등 CJ 채널을 시청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뻔했다. 이후 딜라이브가 해당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며 갈등이 본격화했다.

당시 CJ ENM의 2020년 1분기 영업이익은 반 토막 난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영화와 음악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영화와 음악의 매출액은 각각 47.9%, 23.5% 줄었다. 이에 3월 CJ ENM이 콘텐츠를 무기로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공문을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재에 나섰다. 8월 31일까지 각 사가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과기정통부의 중재안에 따르도록 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각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분쟁중재위원회를 꾸리고 CJ ENM과 딜라이브가 희망하는 전년 대비 인상률 안을 제안받았다.

9월 16일 과기정통부는 CJ ENM의 손을 들었다. 중재위원회 개최 결과 CJ ENM의 제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4표, 딜라이브의 제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3표로 나왔기 때문이다. 중재안에서 결정된 인상률이나 기준은 타 사업자의 사용료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지상파→케이블TV→지역방송으로 이어지는 갑질

재송신료(CPS)를 더 받아야겠다는 지상파와 재송신료 인상을 최대한 낮추려는 케이블TV의 분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상파 3사는 11월 케이블TV에 주문형비디오(VOD)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3사는 LG헬로비전에 이달 15일부터 신규 콘텐츠 VOD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KBS와 SBS는 SK브로드밴드에 18일부터 공급 중단을 통보했고, MBC는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재송신료 협상 기한은 모두 이달 말로 연기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채널이 아닌 VOD 공급을 끊겠다고 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6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방송사업자 간 재전송 대가 등과 관련한 분쟁으로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채널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중단이 임박할 경우 방통위는 30일 이내에 방송프로그램의 공급 또는 송출을 유지ㆍ재개 명령할 수 있다.

VOD는 해당 개정안에 구속되지 않는다. 방송이 아닌 부가통신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제재를 받지 않는 선에서 케이블TV를 압박, 재송신료 인상을 받아내겠다는 초강수를 뒀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상파 방송사보다 약자인 케이블TV는 되레 지역방송에 갑질을 한다. 경기ㆍ인천지역 민영 지상파방송사 OBS는 케이블TV 방송사로부터 재송신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케이블TV에 콘텐츠를 제공해왔지만, 개국 당시 콘텐츠 재송신료 지급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OBS는 12년간 LG헬로비전, 딜라이브 등으로부터 재송신료를 받지 못하고 방송 콘텐츠를 지급해오고 있다.

콘텐츠 파워는 커지는데…과기정통부ㆍ방통위는?

업계 관계자들은 분쟁 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안을 내놓으면 케이블TV가, 케이블TV가 안을 내놓으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또 반대하는 구조”라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정부뿐”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사용료 대가 산정에 매출액이 연동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가입자 당 액수를 책정해 사용료를 받는다. 가입자가 줄어드는 만큼 가입자가 아닌 매출액이 기반이 돼야 하고, 콘텐츠의 제작비나 발생 매출액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할 때는 데이터나 근거를 주고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은 막무가내로 사용료를 달라는 식”이라며 “시장에 개입한다는 정부의 부담은 이해하지만, 기준이 없으면 불공정한 협상으로 정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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