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팬데믹과 유통혁신: 승자독식인가? 승자저주인가?

입력 2020-12-0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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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팬데믹(Pandemic)이 오래가면서 유통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온라인 유통은 팬데믹 덕분에 각광을 받아 급성장하는 반면,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은 급격히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을 둔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의 추세에 부응해 온라인 원격 거래가 미래의 유통채널로 부상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확산할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디지털 기술이 앞에서 끌고 팬데믹이 뒤에서 미는 유통산업의 변화가 앞으로 공급사슬과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팬데믹이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과 포스트 코로나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팬데믹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남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며,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된 것을 의미한다.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소비행태가 달라진다. 원래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에서 소비자는 쇼핑과 구매를 분리해 쇼핑은 오프라인, 구매는 온라인에서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전망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 타개책으로 제시됐다.

그런데 팬데믹 시대는 차단과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로 외부 활동을 억제한다. 소비자도 감염을 피해 사람 접촉을 기피하고 ‘집콕’할 뿐이다. 안전과 생존을 위해 소비 활동도 온라인 비대면 구매에 치중하며 오프라인 대면 구매는 최소화한다. 이런 팬데믹 시대가 오래가면 대면 소비에 의존하는 전통 유통업은 멸종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돼 팬데믹이 사라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오프라인 유통은 살아남겠지만 ‘주변 채널’로 밀려나고 온라인 유통이 ‘중심 채널’로 등장할 것이다. 미래의 유통업 지형은 구매는 온라인, 경험은 오프라인으로 이원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의 정의와 영역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에 유통업은 ‘구색사업’으로 위축될 것이며 경험서비스가 주력사업이 될 것이다. 온라인 유통도 유통업은 단지 소비자를 유인하는 ‘미끼사업’으로 전락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오락, 문화, 건강, 정보, 금융 등의 다른 서비스사업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전통적 의미의 유통업은 퇴색되고 모두 서비스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은 본질적으로 장치산업이다.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요하며 고정비용을 충당하고 효율과 바잉파워를 높이기 위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대량구매, 대량판매, 대량소비의 매스마케팅이 유통업 게임의 논리이며 승자가 시장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의 양상을 보여 왔다. 이와 같은 승자독식의 법칙은 온라인 유통업에서 더욱 강력히 작용할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과 달리 온라인 유통은 상품과 가격 정보가 공개되며 실시간 비교평가가 용이하다. 마치, 포커 게임에서 서로 카드를 보여주고 치는 것과 같다. 당연히 블러핑(bluffing)이 통하지 않으며 일등 패를 든 사람이 항상 이기게 돼 있다.

온라인 유통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신속하게 배송하는 업체가 승기를 잡을 것이며, 이를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로켓 배송, 당일 배송, 새벽 배송과 같은 배송 경쟁도 서비스 비용을 제대로 받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경쟁이다.

온라인 소비는 오프라인 소비와 질적으로 다르다. 한꺼번에 몰아서 일괄적으로 대량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비자는 필요할 때마다 소량구매하며 그것도 가격을 비교하며 가장 싼 것을 구매한다. 여기에 단품을 일일이 배송해 주어야 하는 서비스도 요구한다.

이와 같은 소비행태의 변화는 온라인 유통의 마케팅과 서비스도 변화시킨다. 대량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전통적 유통업에서 사용하는 가격할인이나 1+1의 밀어내기 판촉은 통하지 않는다. 소량구매에 따라 효율이 저하되고 배송비용이 추가되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서의 경쟁수단은 오로지 가격밖에 없어 출혈경쟁이 계속될 것이며 규모를 늘려도 수익을 내지 못해 적자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결국, 모두가 손해 보며 1등 기업이 가장 크게 손실을 안게 되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발생할 것이다.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한 승자기업도 유통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다른 서비스로 확장해 다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온라인 유통의 효율과 수익성은 기술의 진보와 활용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 로봇, 드론, 자율주행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구세주로 등장해야 유통업을 자기 파괴(self-destruction)의 운명에서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 도래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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