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故 이건희 회장의 창조적 기업가정신 절실하다

입력 2020-10-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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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8일 경기도 수원의 선영에 묻히면서 영면에 들어갔다.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삼성을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키운 고인이 한국 경제에 남긴 창조적 기업가정신의 울림은 크다.

우리도 노력하면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는 일류 DNA(유전자)를 심은 것이 대표적 유산이다. 위기의식을 부단히 강조하고, 경영의 핵심가치를 과거의 양(量)에서 질(質)로 바꾸는 ‘신경영’을 통해서였다.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살린다”며 인재를 최우선으로 삼아 품질에 사활을 거는 완벽주의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렇게 이끌어낸 삼성의 반도체·스마트폰 신화다. 이는 뒤늦은 산업화와 척박한 여건에서 미국·유럽·일본 등을 모방하고 뒤따라가기 급급했던 한국의 기업과 한국 경제를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 무대로 올렸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강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불황기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승부사적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것도 우리에게 각인된 고인의 기업가정신이다. 앞서가던 경쟁기업들과의 생사를 건 치킨게임에서 그들을 따돌리고 기술의 초(超)격차를 확보해 세계 시장의 메모리반도체 독주체제를 굳힌 원동력이었다.

고인에게 삼성은 늘 위기였다.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살지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며 사업구조와 조직의 쉼없는 혁신을 강조하고 다그쳤다. 중국이 쫓아오고 선진국은 앞서간다는 ‘샌드위치 위기’도 그의 일상적 담론이었다. 현재 우리의 모든 기업, 한국 경제가 뚜렷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한 채 직면하고 있는 위기가 바로 그렇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과 도약을 이끌었던 기업가정신은 죽어가고 있다. 재벌개혁을 내세워 기업자유를 옭아매고 경영권까지 위협하는 온갖 반(反)시장 규제의 남발로 기업의욕은 바닥에 떨어졌다. 고인은 오래전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국내 정치·사회적 후진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 변혁을 가져올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성장절벽에 부딪힌 한국 경제가 창조적 기업가정신을 살려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가지 못하면 결국 무너지는 길을 걷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고인이 삼성을 이끈 시간의 명암이 없지 않고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한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 업적이 폄훼돼선 안 된다.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만들고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가 남긴 도전과 혁신, 초일류 추구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기고 살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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