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이해충돌 전수조사] "대안 많은데 외면…직무연관 발견 땐 상임위 바꿔야"

입력 2020-10-29 05:00 수정 2020-10-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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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과 제언

“상임위 배정때부터 가능성 차단해야” (박상철 경기대 교수)

“사전 신고, 사후 검증 구멍 없애야” (채이배 전 의원)

"PEPS(Politically Exposed Persons)와 같은 강력한 그물 규제망 필요" (조창훈 한림대 교수)

최근 박덕흠 무소속(전 국민의힘) 의원 사태로 상임위 배정에 따른 직무연관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관련법 통과는 물론 상임위원회 배정 시 과거 이력까지 고려해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정치인 = 부정부패’라는 공식이 생겨 버린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구체적으로 국회, 나아가 국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채이배 전 국회의원(20대 국회 관련법 발의자), 조창훈 한림대 국제대학원(전 서강대) 교수,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 등 4명이 제시한 현상 진단과 제언이다.

현행법 실효성 없음에도…'기준 모호·입법 당사자 직결 가능성'에 8년간 표류

이해충돌방지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전부터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재산공개제도, 퇴직 후 취업제안제도, 주식백지신탁제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시행령 수준으로 징계 요구를 할 수 있을 뿐 처벌 조항이 따로 없어 규제 실효성이 없다.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켜 실질적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관련 법안은 8년째 표류 중이다.

박상철 교수는 “현재와 같이 두루뭉술한 행동강령, 도덕·윤리지침 형태로 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창훈 교수는 “주식백지신탁제도 등도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자체를 언급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오랜 기간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 당사자들과 직결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해충돌 범위 기준도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채이배 전 의원은 “금융위원장 아들이 은행에 취직했을 경우, 위원장의 업무 배제 또는 아들 퇴사 중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면서 “이해충돌은 소속 기관과 담당 업무에 따라 그 양상이 천차만별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의원의 이해충돌 사건이 터지면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의원 스스로가 족쇄를 채우기에는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언젠가 본인도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임위 배정 "전문성 완전 배제해야" vs "현실성·효율성 떨어져, 다른 장치 필요"

‘박덕흠 이해충돌 사태’ 논란이 일면서 직무와 연관된 영리 행위 방지를 위해 국회의원의 상임위 배정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예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교수는 “판사가 가족에 대한 재판을 직접 못하게 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얽히는 순간 전문성, 공정성이 발휘되지 않아서”라면서 “사법부도 이런데 법을 만드는 국회야말로 상임위 배정 단계부터 이해관계성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벽한 ‘전문성을 배제한 상임위 배정’은 현실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 전 의원은 “국회의원 업무 폭이 너무 넓다 보니 연관성을 고려하다 보면 갈 수 있는 상임위가 거의 없어질 수 있다”면서 “오히려 자가검증을 통해 의원 스스로가 상임위 배정을 피하는 게 원칙이며, 직무 수행 과정에서도 직무 관련자가 발생하면 스스로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과거 경력에 따라 상임위 배정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 의사 등 전문성과 지역 대표성을 가지고 당선됐기 때문에 상임위 배정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전 정보 등록, 사후 감시 장치 등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주식뿐 아니라 주택, 토지, 상가 등의 보유 재산 등 사익과 관련된 상임위 배정은 제한해 재정적 이해충돌이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해당 상임위에 앉혀 놓는 것도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직무 관련성, 이력 등 상관없이 안 좋은 행동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법망·사전 신고·사후 검증' 등 다양한 장치 반드시 필요해

전문가들은 ‘제2의 박덕흠 사태’를 막기 위해 △촘촘한 법망 △사전·사후 방지 장치 △철저한 특수관계인 모니터링 등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왕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 거면 명확한 범죄구성 요건 등 구체성이 있어야 더 규범력이 생긴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고 지적했다.

이해충돌 사전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있다.

채 전 의원은 “재산신고제도와 같이 직무수행과 사적 이해관계 가능성 있는 정보 사전 신고 및 공개, 외부 감시 등으로 사후검증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회의원 가족의 소속회사, 업종은 물론 본인과 관련된 단체 등을 신고하고, 이후 상임위 직무와 이해충돌 가능성이 보이면 또 한번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PEPS(Politically Exposed Persons, 정치적 주요인물)’를 언급했다. 그는 “상당수 국가는 2003년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 표준을 기반으로 정치적 주요 인물과 관련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면서 “본인은 물론 특수관계인까지 금융 거래 등 모든 불법, 이해상충 정황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수사까지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PEPS가 도입될 경우 주요 인물 리스트에 오를 인물이 약 1만50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자금세탁 방지제도 개선 및 국제기준 준수는 물론 각종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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