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뽀글이ㆍ전지현 다운“...‘페트병 패션’의 비밀은 GRS 인증

입력 2020-10-26 14:58 수정 2020-11-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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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GRS 인증을 받은 소재를 적용한 의류제품이 늘고 있다. GRS 인증이란 리사이클 섬유의 원료부터 중간 유통사, 봉제공장, 최종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환경, 사회, 화학적 기준을 준수할 때 부여되는 마크를 말한다. 최소 20%이상 재생 원료 포함 여부가 기초적인 준수요건이고, 모든 공정과정에서 인증을 받으면 최종 의류제품에 ‘GRS 인증 마크’가 붙는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컨트롤유니온’이 심사하며, 친환경 인증 부문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심사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GRS 인증을 받은 네파의 '비스코 파일 플리스'.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했다. (사진=네파)
▲GRS 인증을 받은 네파의 '비스코 파일 플리스'.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했다. (사진=네파)

25일 친환경 인증심사기관 컨트롤유니온에 따르면 올 상반기 GRS 인증을 받은 패션업체는 550곳으로 작년 한 해동안 GRS인증 받은 업체수보다 30% 이상 늘었다. 2018년에는 353곳, 2019년에는 423곳을 기록하며 최근 3년동안 155% 이상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아웃도어 업체는 올해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해 리사이클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속속 출시 중이다. 네파는 올 가을·겨울 시즌을 맞이해 처음으로 GRS 인증을 받은 소재를 사용한 제품 7종을 선보였다. ‘전지현 아우터’로도 알려진 ‘비스코 파일 플리스’, ‘다운재킷’ 등은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단이 적용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보인 ‘정혁 뽀글이’도 GRS 인증을 받은 친환경 제품이다. 폐플라스틱을 작게 조각내 원사로 만든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적용했다.

◇"RDS 인증이 뭐야?"…낮은 인지도서 출발, 지금은 '대세'

불과 2~3년 전만 해도 친환경 인증은 국내에서 낯선 개념이었다. RDS 인증이 대표적이다. RDS란 ‘책임 있는 다운’(Responsible Down Standard)의 약자로 거위나 오리의 사육과 도축 등 다운 생산 과정에서 안정성 및 동물 학대 여부 등 윤리적인 정당성을 인증하는 프로그램이다. 2017년 말 인기를 끌었던 ‘평창 롱패딩’이 RDS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착한 패딩’이라는 개념이 퍼졌다.

(자료출처=컨트롤유니온, 태평양물산)
(자료출처=컨트롤유니온, 태평양물산)

업계는 RDS 인증에 대한 인식이 현재는 자리 잡은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동물복지, 친환경 이슈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브랜드들이 변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웃도어 업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노스페이스는 2014년 일찍이 미국 비영리단체 텍스타일 익스체인지, 컨트롤유니언과 함께 RDS 인증을 자체 개발했다. 블랙야크는 2016년부터, K2는 2017년부터 RDS 다운인증 사업을 꾸준히 전개했다. 양사는 전체 다운 제품 중 RDS 인증을 받은 제품의 비율을 현재 95~100%까지 끌어올렸다. K2의 ‘수지 뽀글이’ 등이 대표적인 RDS 인증 제품이다.

아웃도어 관계자는 “다운은 특정 브랜드에서 매출을 이끄는 전략 아이템이다 보니, 단순히 보여주는 형식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상품으로 보인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면서 “국제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고객에게 더 소구하는 바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RDS인증 로고. ‘책임 있는 다운’(Responsible Down Standard)의 약자로 다운 생산 과정에서 동물 학대 여부 등 윤리 기준을 준수했는지 인증하는 프로그램 (사진=컨트롤유니온 공식 홈페이지 캡쳐)
▲RDS인증 로고. ‘책임 있는 다운’(Responsible Down Standard)의 약자로 다운 생산 과정에서 동물 학대 여부 등 윤리 기준을 준수했는지 인증하는 프로그램 (사진=컨트롤유니온 공식 홈페이지 캡쳐)

◇비싸도 '친환경 인증'받는 이유는? "비즈니스가 된다"

친환경 인증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최소 35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마저도 유효기간이 있어 인증을 유지하려면 1년마다 추가 비용을 내며 현장심사를 받아야 한다. 원사부터 최종 판매단계까지 전 단계에 걸쳐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청과정도 까다롭다. 그런데도 업계가 친환경 인증에 주목하는 건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협회 관계자는 “패션 섬유업체가 리사이클 오코텍스나 GRS 인증을 받으면 주문이 지속해서 들어온다”라면서 “당장은 비용이 좀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될 수 있단 점에서 인증 프로그램이 친환경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잡는 수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친환경 인증 제품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네파는 전체 의류에서 차지하는 RDS 인증 제품의 비중을 지난해 77%대에서 올해 95%까지 끌어올렸다. 코오롱스포츠도 올해 봄·여름 시즌 처음으로 폐패트병 리사이클 원사로 제작한 의류를 선보였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요즘 MZ세대들은 잘 만들어진 최종 완제품뿐 아니라,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다했는지 보이는 방편으로 친환경 인증에 대한 수요는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수지 뽀글이'로 알려진 '비숑 플리스 다운'. 겉감에는 친환경 리사이클 플리스 소재를, 안감에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리버시블(양면) 제품.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털을 강제 채취하지 않은 '책임 다운 기준'(RDS) 인증을 받은 착한 구스 충전재를 사용했다.  (사진=K2)
▲'수지 뽀글이'로 알려진 '비숑 플리스 다운'. 겉감에는 친환경 리사이클 플리스 소재를, 안감에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리버시블(양면) 제품.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털을 강제 채취하지 않은 '책임 다운 기준'(RDS) 인증을 받은 착한 구스 충전재를 사용했다. (사진=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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