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골치 아픈 WTO...미·중·유럽, 새 수장 자리 놓고 ‘동상이몽’

입력 2020-06-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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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등록 접수가 시작…새로운 무역 규칙 제정의 주도권 싸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 로고가 그려져 있다.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 로고가 그려져 있다. 제네바/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자유 무역의 파수꾼’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새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팀 그로서 뉴질랜드 전 통상장관을, 중국은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전 외무장관을 추대, 각각 자국에 유리한 인물을 WTO의 새 수장 후보로 밀고 있다. 이에 미·중 간 갈등이 새로운 무역 규정 제정의 주도권 다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WTO는 이날부터 새로운 사무총장 입후보 접수를 시작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지난달 14일 임기를 1년 남기고 갑자기 중도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 후보 가운데 한 명은 케냐의 전 외무장관이자 여성인 아미나 모하메드(58)다. 초대 사무총장인 아일랜드 출신의 피터 서덜랜드부터 브라질 출신의 아제베두까지 그간 WTO 사무총장에는 총 6명이 취임했는데, 아프리카 출신과 여성은 없었다. 모하메드는 2015년 WTO 각료회의와 일반 이사회에서 의장을 지냈는데, 인지도나 조율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은 모하메드를 지지하고 있다. WTO에서 개발도상국의 대표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중국은 국유은행 및 기업을 통해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원 개발과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개발도상국을 배려한 무역 규칙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팀 그로서(70) 전 뉴질랜드 통상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주미 뉴질랜드 대사를 지낸 데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심이 커서 미국의 호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4명의 WTO 사무총장은 선진국과 개도국에서 번갈아 선발됐다. 아제베두가 브라질 출신인 만큼 다음은 선진국 차례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재 하마평에 오른 후보 중에선 그로서가 유력하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전혀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이자 아일랜드 출신인 필 호건(59)이다. 그 역시 차기 WTO 사무총장 자리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자유무역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 주요 기능인 국가 간 분쟁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 최종심에 해당하는 상급위원회의 위원 선임을 거부해 심리에 필요한 인원이 부족해진 데다 2001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도하 라운드)도 막힌 상태다. 또 디지털 경제 등 통상의 새로운 조류에도 뒤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던 중국으로서는 WTO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자국의 주장에 국제기구의 보증을 얻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리 없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자 통상 교섭을 기본으로 해 온 미국도 다자간의 틀은 무시할 순 없으며, WTO 내 중국의 대두는 더더욱 허용할 리 없다.

사무총장의 입후보 접수는 7월 8일까지다. 통상 사무총장 선임에는 9개월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제베두가 이례적으로 8월 말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WTO는 갈 길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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