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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지금] 유럽 통합의 ‘루비콘강’ 건너나

입력 2020-05-26 17:56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팟캐스팅 안쌤의유로톡 운영자

“유럽 통합에서 역사적 전환점이다.”

지난 18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000억 유로(676조여 원)의 유럽경제회생기금(European Recovery Fund, ERF) 창설을 제안했을 때, 유럽 언론들은 이처럼 평가했다. 독일이 그동안의 금기를 깨고 유럽연합(EU)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일부 회원국의 반발을 극복해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코로나19로 EU 경제도 말이 아니다.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EU는 올해 -7.5%의 극심한 경제불황이 예상된다. 경제위기는 회원국 간의 경제적 격차를 더 크게 벌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흑자재정을 기록한 EU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과, 경제위기를 겨우 극복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가 180%를 넘는 그리스. ‘실탄’이 두둑해 여유가 있는 독일과 그렇지 못한 그리스의 경제위기 대처 능력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은 일부 EU 회원국들은 EU에 결속과 연대를 요구했다. 유럽통합의 목표가 평화와 번영이다. 그런데 부유한 일부 국가들만 이번 경제위기에 잘 대처한다면 EU 내 갈등은 더 커지고 연대를 요구했던 회원국들의 불만은 누적된다. 이는 반이민과 반유럽을 외치는 극우 포퓰리스트 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다.

27개 회원국 경제의 21% 정도를 차지하는 독일은 이런 결속과 연대 요구에 아주 소극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EU 예산의 5분의 1 정도를 부담하는데, 경제위기 와중에 추가 지원은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독일의 이런 금기를 깨게 한 것은 역설적으로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이었다.

헌재는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제위기에 몰린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의 국채를 매입한 양적완화 정책이 EU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이런 판결을 내린 헌재가 월권했다는 점. 조약과 규정 같은 EU법은 회원국 법보다 우선하고 회원국에서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직접 적용된다. 유럽통합이 법에서도 그만큼 진전되었다. 따라서 회원국 법원들이 EU법을 해석해야 할 때 이를 유럽법원(유럽사법재판소)에 의뢰하고 이 법원의 판결을 따른다. 유럽법원은 2년 전 ECB의 정책이 경제위기 해결에 필요했다며 EU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헌재가 이런 유럽 법 질서를 파기하면서 상급 법원인 유럽법원의 판결을 “이해할 수 없고 방법론적으로 잘못됐다”고 일침을 놓았다.

독일의 변호사와 학자, 그리고 극우 독일대안당 당원 등 1730여 명이 헌재에 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조약이 회원국에 구제금융 제공을 금지했는데,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이를 위반했다고 수년 전부터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승리한 원고들은 환호성을 쳤다. 그리고 ECB가 3월 중순 시행한 팬데믹 긴급지원정책(7500억 유로, 약 1031조 원의 자산 매입)을 계속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위기에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회원국들의 경제위기 공동 대처 합의가 매우 더딘 상황에서 그나마 ECB가 신속하게 위기에 대응해왔다. 그런데 헌재의 판결은 ECB의 정책 재량권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정부가 이번에 5000억 유로의 ERF를 제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급한 위기 대처가 필요한데 ECB마저 헌재 판결로 일부 손발을 잘릴 위기에 있기에. ERF는 더구나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처럼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회원국에 무상으로 집중 지원하겠다는 게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이다. 그동안 EU 예산의 주요 수혜국이던 폴란드와 헝가리 등 일부 중유럽 국가들은 기존처럼 이 추가 지원의 혜택을 더 받고자 한다. 반대로 자국의 EU 예산 납부액이 지원액보다 큰 ‘짠돌이’ 회원국(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은 무상 지원에 반대했다. 이들은 경제위기에 시급하게 대처하고 일부 회원국 지원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저리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번 제안은 일부에서 제안된 코로나 혹은 유로 단일 채권은 아니다.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가 회원국 재정보증을 담보로 자금시장에서 5000억 유로를 조달하고 차후에 회원국들이 이를 분담하는 일시적인 조치다. 그럼에도 독일이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점, 집행위원회가 거액을 직접 조달한다는 점에서 통합의 진전이다. 일단 이런 선례가 있으면 집행위원회가 앞으로도 이런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통합을 이끌어 온 독일과 프랑스가 이달 말 ERF 합의 타결에 얼마나 기여해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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