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직권남용죄 엄격 해석

입력 2020-01-30 16:16 수정 2020-01-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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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 등 관련 사건에도 영향 미칠 듯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ㆍ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2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좁게 해석하면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ㆍ예술계 인사와 단체를 각종 정부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게 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ㆍ강요한 혐의(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형법 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전합에서는 직권남용죄의 성립 요건인 ‘의무 없는 일’에 대한 기준이 쟁점이 됐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해당 조문에서 ‘직권’, ‘남용’, ‘의무 없는 일’ 등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전합은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등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각종 정부지원 사업에 특정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가 ‘직권을 남용한 것’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정부의 지원을 신청한 개인과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각종 사업에서 정부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권남용죄의 또 다른 범죄성립 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는 다시 심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합은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지시를 받은 자)이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등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어 그가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준비 과정과 검토, 다른 공무원이나 부서 등과의 협조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이런 관계에서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무 없는 일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취지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을 배제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징역 4년으로 형량이 가중됐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지원 배제에 관여하며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합의 이번 판결로 조 전 장관은 물론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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