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 공격] ‘중동의 집시’ 쿠르드족, 믿었던 미국 배신에 절체절명 위기

입력 2019-10-10 15:3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2500만~3000만 명 인구·대부분 수니파 무슬림…터키·시리아·이라크·이란·아르메니아 등에 거주

▲시리아 북동부 라스 알아인 마을에서 9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여성과 어린이들이 터키군의 공습을 피해 트럭을 타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라스 알아인/AFP연합뉴스
▲시리아 북동부 라스 알아인 마을에서 9일(현지시간) 쿠르드족 여성과 어린이들이 터키군의 공습을 피해 트럭을 타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라스 알아인/AFP연합뉴스
‘중동의 집시’로 불리는 쿠르드족이 터키군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 개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쿠르드족은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우면서 약 1만1000명이 목숨을 잃는 등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었다. 그러나 믿었던 미국이 사실상 터키의 군사작전을 용인하면서 이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미국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비운에 처한 쿠르드족이 누구이며 그들이 왜 터키군의 공격을 받는 신세가 됐는지 설명했다.

쿠르드족은 소수민족으로 살아왔지만 인구가 무려 2500만~3000만 명에 달하며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인종과 문화, 언어로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이들 대부분은 수니파 무슬림이다.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전통적인 쿠르드족은 오스만제국이 해체되기 전까지 유목민 생활을 했으나 이후 자유를 잃고 신생 독립국들에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쿠르드족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없는 민족’으로 자신들을 대표할 국토나 국가가 없다고 CNN은 강조했다. 오늘날 쿠르드인들은 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이란 북서부와 아르메니아 남서부 등 크게 5개 지역에 걸쳐 살고 있다.

쿠르드족은 터키에서 자신들의 전통 의상을 입거나 언어를 말하는 것이 금지되는 등 박해를 받아왔다. 터키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터키 정부는 이들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쿠르드족은 20세기 초 ‘쿠르디스탄’으로 불리는 독립국을 세우려 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20년 연합국과 동맹국이 체결한 세브르조약에서는 오스만제국 해체와 쿠르드족 자치권 허용이 담겼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3년 뒤 쿠르드족 독립국 건설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이들이 여러 국가에 나뉘어 살도록 했다.

이후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 등 자신들이 살던 국가에서 수십 년간 박해를 받으며 살아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은 1980년대 독가스 등을 이용해 최대 18만 명의 쿠르드족을 학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쿠르드 민족주의에 항상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가 30여 년간 분쟁을 벌여왔던 극좌 성향의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2016년에는 쿠르드어 언론매체가 문을 닫았으며 1만1000명 이상의 교사가 PKK 관련 혐의로 해고되거나 자격을 중지당했다. 또 최소 24명의 쿠르드족 시장이 정부가 임명한 사람들로 대체됐다.

특히 터키는 국경을 접한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이 세력을 강화하는 것에 오랫동안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 지역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쿠르드족이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이 활동하고 있다.

터키가 이날 시리아 북동부에 공격을 가한 배경에는 미국의 중동 개입 후퇴 전략이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시리아 내 미군을 서서히 철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미군이 철수하면 바로 터키가 공격할 것이라고 두려워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전격적으로 미군을 철수한다고 밝히면서 이런 공포가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리아 북동부에 약 1000명의 미군이 주둔했지만 이들이 철수하면서 터키가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NN은 쿠르드족이 공격을 받으면서 IS가 다시 활개를 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DF는 지난 3월 미국과 영국, 프랑스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아 IS를 물리치고 동부 시리아를 해방시켰다. 이 지역에는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IS 포로 수감시설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터키와 싸워야 하는 쿠르드족이 이들 IS 조직원들을 더는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의도4PM' 구독하고 스타벅스 커피 받자!…유튜브 구독 이벤트
  • 드디어 ‘8만전자’...“전 아직 96층에 있어요” [이슈크래커]
  • 주중 재벌, 주말 재벌, OTT 재벌…‘드라마 재벌家’, 이재용도 놀랐다 [요즘, 이거]
  • 서울 시내버스 ‘극적 타결’…퇴근길 정상 운행
  • ‘경영권 분쟁’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 임종윤·종훈 완승
  • 벚꽃 없는 벚꽃 축제…“꽃놀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슈크래커]
  • 비트코인, ‘매크로 이슈’로 하락…“5월 중 이더리움 ETF 승인 가능성↓” [Bit코인]
  • “청와대 옮기고, 해리포터 스튜디오 유치”…4·10 총선 ‘황당’ 공약들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3.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0,523,000
    • +1.24%
    • 이더리움
    • 5,067,000
    • +0.44%
    • 비트코인 캐시
    • 810,000
    • +5.33%
    • 리플
    • 902
    • +1.92%
    • 솔라나
    • 263,500
    • +0.08%
    • 에이다
    • 929
    • +1.09%
    • 이오스
    • 1,515
    • -1.17%
    • 트론
    • 172
    • +0%
    • 스텔라루멘
    • 198
    • +2.59%
    • 비트코인에스브이
    • 132,800
    • +2.87%
    • 체인링크
    • 27,430
    • -1.12%
    • 샌드박스
    • 986
    • -0.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