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PO 추진] 자본확충·상환의지 밝혔지만… ‘경영권 방어’ 가시밭길

입력 2018-12-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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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신 회장, 6년간 신의 무너졌다” 풋옵션 강행… 우리사주도 등 돌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결국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 확충도 하고,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상환 의지를 보여줘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FI들은 상장 계획과 별도로 풋옵션 행사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6년간의 신의를 저버린 신 회장에게 수단(상장)이 아닌 결과(투자금)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우호 지분이 절실한 상황에서 직원들마저 우리사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까지 낮아져 ‘제값 받기’도 장담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IPO 실기로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분율 희석 불가피… 승계작업 난항 예고 = 교보생명이 IPO 카드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9년과 2008년 자본확충 방안 중 하나로 상장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반대와 실익이 낮다는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올 초까지만 해도 신 회장은 IPO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0월 말 FI들이 2조 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면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파는 풋옵션을 받았다.

신 회장이 IPO에 머뭇거린 이유는 최대 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준 신 회장 지분율은 33.78%(692만5474주)다. 여동생 경애(1.71%)·영애(1.41%) 씨의 지분을 모두 끌어모아도 40%가 안 된다. 상장하면 지분율은 더 떨어진다. 여기에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물납(세금을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대신하는 것)하면 경영권 유지가 힘들 정도로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런 부담을 안고 상장 결단을 내렸지만, FI들 반응은 싸늘하다.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과 별도로 올해 안에 2조 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낮은 지분율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IPO에 실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FI들이 풋옵션 행사 계획을 접지 않는 것은 신 회장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고 말했다.

◇우리사주 ‘심드렁’… 시장침체로 제값 받기 어려워 = 신 회장의 가장 큰 미션은 우호지분 확보다. 그런데 수출입은행(5.85%)을 합쳐 우호 지분율 50%를 넘길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확실한 아군’인 직원들이 우리사주에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사 제도 및 임금 체계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최근 교보생명 노조가 노조원을 상대로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창립 이래 처음이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신 회장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상장 시 우리사주를 거부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면서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현재 시장가치는 PBR 0.3~0.5배까지 떨어져 있다. 교보생명 자기자본 약 9조 원에 0.5배의 PBR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5조 원에 못 미친다.생보 담당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생명보험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며 “업황 침체로 인해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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