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정책을 장바구니 담듯 하는 정부

입력 2018-09-06 10:00 수정 2018-09-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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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철 사회경제부 기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황당한 경험을 들었다. 어느 날 한 고객이 주문했는데도 물건이 오지 않는다며 클레임을 걸었다는 것이다. 지인은 주문 명세를 살펴봤지만 고객이 말한 내용과 일치한 내역은 없었다. 찬찬히 원인을 따져봤다. 알고 보니 고객이 상품을 장바구니에만 담고선 결제된 거로 착각했던 것이다. 서로 멋쩍은 순간이다.

요즘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쓰는 것을 보며 이 일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정부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듯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은 시장이 치르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 말이다.

계속되는 오락가락 행보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가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숨 쉴 틈은 남겼다. 임대주택 사업자에 등록하라고 등 떠밀며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완화해주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있었다. 2016년 말 기준 79만 호였던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올해 7월 117만6000여 호로 40만 호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뒤늦게 임대 등록이 투기로 악용될 수 있다며 혜택 축소에 나섰다.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칼럼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칼럼은 임대주택 등록제가 부동산 투기에 꽃길을 깔아준다는 내용이다. 그 칼럼을 현재의 행동 근거로 삼기 전에 정책을 잘못 설계한 반성이 먼저다. 대책이 나올 때 장관과 이를 수습하는 장관이 다른 사람이 아니다.

책임지려는 각오 없이 설계된 정책인듯 우왕좌왕은 계속해서 목격된다. 최근 전세자금 대출 기준을 높이려다가 실수요자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것도 그렇다. 앞서 보유세 인상, 재건축 연한 연장 등도 하나 마냐로 시끌시끌했다.

정부가 정책을 장바구니 담듯 할 때 시장 참여자들은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금이 간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지만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수요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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