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아우라지, 널문리 간다

입력 2018-06-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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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

널문리 간다, 나는 지금

꽃피고 눈 오는 DMZ 안을 지나

새들이 알을 낳고 사람들이 惡을 품는

널문리 가게 앞 콩밭에 서 있네

콩밭 사이에서

옷을 팔아 호강하는 자본주의 신부와

피 팔아 연명하는 사회주의 신랑이

얼글레설글레

게처럼 흘레붙는, 여기는

金九의 나라

다시 널문리 간다

1993년 3월 19일

남쪽에서 43살 먹은 李仁模

살아서 살지 못하고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노인이

사시사철 한 벌 옷 걸치고

반은 남, 또 반은 북에 엉거주춤 서 있는데

인걸은 의구한데 산천은 간 곳 없어

내 또 죽으면 여기

분계선 위에

열십자로 묻어 주어

죽고 죽어서, 일백 번 고쳐 죽어

땅속 같은 한세상,

웬 성화 없이 살아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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