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스크에 허덕이는 기업들

입력 2017-11-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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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갈 길이 숨이 찰 정도로 멀다는 생각입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5개 정당 지도부를 만나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전달하며 뱉은 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이 같은 어려움을 숫자로 잘 보여준다. 1년 동안 한번도 기준선(100)을 넘지 못했다. 외환 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도 경영 환경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안으로는 정치 리스크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중국 사드보복과 미국 통상압박 등 이중ㆍ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 기업을 하느냐?”는 자조 섞인 물음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만큼 기업하기 척박하다는 얘기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사업하기 쉬웠던 적은 물론 없었지만, 요즘은 특히 더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먼저 지난해 11월 시작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각종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순실 사태로 구속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ㆍ2심 공판 출석을 위해 62차례 재판정에 불려 나왔다. 삼성은 1년 가까이 총수부재 후유증에 시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전자 계열사는 최근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끝냈지만, 다른 다른 계열사들은 아직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재판이 공회전 하고 있는 데 따른 우려도 크다. 이르면 내년 초 2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지만, 증인 출석 여부에 따라 공판 기일만 흘려보낼 가능성도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SK와 롯데 등도 최순실 사태에 따른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최순실 유탄에 맞아 위축된 데다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재계 입지는 축소됐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 등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도 기업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내년부터 대폭 인상되는 최저임금제 적용은 재계에 큰 타격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부터 16.4%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적용되면 전 산업에 막대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기상여금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근로자에게 연봉을 4000만원 넘게 지급하는 기업도 최저임금 위반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경총 포럼에서 “저임근로자의 최저 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로 인해 상여금 비중이 높은 대기업 고임근로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경우가 초래되고 있다”며 “이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당 최대근로시간 단축(현행 68시간→52시간)도 기업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다. 이 법안은 1주일을 토ㆍ일을 포함한 7일로 명시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8일 오전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나서 노동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정부가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기업들을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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