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살충제 계란 파동 열흘…“육계 괜찮다지만, 그래도 불안” 지자체 검사 결과 예의주시

입력 2017-08-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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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형 사육농가서 살충제 성분 검출되며 소비자 불안 확산 조짐…경기도 등 식용 육계 조사 나서기로

살충제 계란 사태가 일어난 지 열흘이 지나면서 파문이 식용 육계로 옮겨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육계는 안심해도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지자체가 살충제 검사 등 선제 조치에 나서면서 소비자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방사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21일 검출됐다. 뉴시스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방사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21일 검출됐다. 뉴시스

2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도내 39개 농가 500여 만 마리의 메추리를 비롯해 1600여 농가 3100만 마리 육계에 대해 다음 주부터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과 마찬가지로 27종의 농약 성분 검사를 할 계획이다. 메추리 농장은 전수 검사를 하고 육계 농가는 표본 검사를 한다.

강원도 춘천시 역시 육계를 대상으로 살충제 오염 여부 조사에 나섰다. 지역 내 사육 중인 96만여 마리 중 산란계 15만2500마리는 조사 결과 이상이 없었으나 29일 개막하는 막국수닭갈비축제를 앞두고 불안감이 고조되자 예비 차원에서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경기도와 춘천시가 앞다퉈 육계 검사에 나서면서 다른 지자체도 개별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가능성 또한 대두된다. 경북 산란계 농장 2곳에서는 달걀에 이어 닭에서도 맹독성 살충제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성분이 나왔다.

“육계는 괜찮다”는 중앙정부의 호언에도 지자체가 검사에 나서는 것은 산란용으로 쓰인 노계를 대상으로 한 살충제 성분 검사에서 DDT성분이 검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이미 수십 년 전 사용이 금지된 DDT가 남아 있던 토양을 닭이 먹고 체내로 흡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DDT가 검출된 산란계 농가 2곳은 닭을 풀어놓고 기르는 동물복지 농장이었다.

최근 정부 연구기관이 육계에 피프로닐 살충제를 권고한 것과 육계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살충제 검사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누락된 것도 육계의 살충제 사용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육계 농가 1291곳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산란계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 성분은 검사하지 않았다.

육계협회와 식품업계는 “육계는 산란계와 달리 살충제를 쓸 필요가 없다”며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방사형 사육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혹시 육계에서도 발견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지자체의 검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 산지 도매가가 폭락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가 23일부터 계란 소비자가를 일제히 인하했다. 이날 용산 이마트점에선 알찬란 30구(대란 기준)를 기존 6980원에서 6480원으로 500원 내렸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 산지 도매가가 폭락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가 23일부터 계란 소비자가를 일제히 인하했다. 이날 용산 이마트점에선 알찬란 30구(대란 기준)를 기존 6980원에서 6480원으로 500원 내렸다. 연합뉴스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풀어놓고 기르는 농장에서도 수십 년 전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가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며 “만약 육계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추가 검사에서 살충제가 검출된다면 식품·외식업계에 미치는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30대 한 주부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했지만 40년 전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까지 나오니 불신만 더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먹거리 문제만큼은 강력하게 대응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4)도 “닭고기는 대중적인 음식 중 하나인데 가족들의 먹거리 안전이 우려된다”며 “조류인플루엔자(AI), 치킨값 인상 등도 반짝하고 지나갔는데 살충제는 끓여 먹어도 문제가 되는 심각한 사안인 만큼 닭고기는 이제 되도록 찾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달걀은 소비자 불신이 초기보다는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정부에서도 ‘문제없다’는 발표를 내놓은 만큼 사태를 지켜보자는 의견이다.

앞서 정부는 피프로닐에 가장 많이 오염된 계란을 1~2세 아이의 경우 하루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를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또 국민 평균적으로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혼한 지 한 달 지났다는 주부 최모 씨(31)는 “먹거리 안전문제는 미국산 소고기 등 여러 파동이 있었는데 이번 계란은 유독 심한 것 같다”며 “먹고 싶으면 먹고, 안 먹고 싶으면 안 먹는 게 소비자 권리 아니겠느냐. 어제도, 오늘도 계란을 사먹었지만 문제없었다”고 말했다.

3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모 씨(29)는 “계란에 대한 거부감은 일주일 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며 “애초에 계란 생산·품질 관리를 못한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살충제 계란보다 컵라면 환경호르몬이나 담배가 더 해로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학회와 의료계에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어서 식품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6)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던 일이 이제서야 터진 것 아니냐”라며 “연일 기사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쏟아지고 있고 불평하면서도 주변에서는 다 계란을 먹고 있더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들은 계란 산지 가격이 일주일 새 20% 이상(대란 1알 18일 147원→22일 127원) 떨어지자 판매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으나 아무래도 이전보다 줄어든 수요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마트는 23일부터 계란 판매 가격의 기준이 되는 알찬란 30구(대란) 소비자가격을 기존 6980원에서 6480원으로 500원 내린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30구 계란 한 판을 각각 1010원, 200원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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