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산 넘어 산]“과도한 시장개입, 행정소송 불사”… 결사항전 나선 이통사

입력 2017-07-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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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연간 3200억 영업손실 우려… 모든 부담, 이통사가 떠안으라는 것

정부가 오는 9월부터 휴대전화 요금할인(선택약정)율을 5%포인트 확대한다. 통신 업계에선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는 막았지만 선택약정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가입자가 몰리면 영업손실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비싼 가계통신비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통신비 인하 책임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 고심에 빠졌다.

◇선택약정 할인율 5% 인상, 보편요금제 도입=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5%포인트 올리고 2만 원대 보편요금제 도입, 공공 와이파이 지역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를 통해 최대 연 4조6000억 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기본료 폐지는 업계 반발에 부딪혀 제외했다. 대신 정부는 현행 법령에서 시행할 수 있는 단기 과제로 요금할인 확대와 저소득층 감면혜택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2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9월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올린다. 선택약정할인 제도는 이통사와 사용 약정을 맺으면 그 기간 동안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단말 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는 약정만 맺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정위는 요금할인율 인상으로 요금할인 가입자가 늘면서 약 1900만명에게 연 1조 원 규모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4만 원대 요금을 기준으로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이 추가 할인되고, 신규 가입자는 월 1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실납부액은 현재 월 6만 원대에서 5만 원 이하로, 음성 무제한 상품은 월 3만2000원대에서 2만5000원 이하로 내려간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에 이통사 행정소송 불사 ‘배수진’= 이통 3사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과 보편 요금제 도입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통신비 인하에 대한 책임을 제조사는 쏙 빼고 이통사에만 전가하는 부당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통사 관계자는 “선택약정 가입자 비율을 현재대로 유지하고 할인율만 25%로 상향해도 연간 3200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며 “할인율이 25%로 올라가면 거의 모든 고객이 단말기 지원금 대신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피해 금액은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할인율이 25%로 높아져 선택약정 할인 가입자 비중이 30%로 늘 경우 이통 3사의 매출 및 이익이 5000억 원, 50%로 증가하면 1조7000억 원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인상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준비중이다. 현재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행정소송을 위해 법적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이 결과에 따라 소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통신비를 5% 인상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미래부 장관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기준을 정해 고시하고, 관련 고시에 기준율의 100의 5(5%)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과 고시에 근거해 미래부 장관이 고시를 바꿔 현행 20% 수준인 선택약정할인율을 최고 25%까지, 5% 포인트 상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통사는 법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5% 범위내 가감을 5%포인트가 아닌 기준액이나 비율의 5%로, 현행 20% 약정할인율의 5%인 1%포인트를 가감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현행 고시에서 미래부 장관이 이를 5%에서 가감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어떤 형태로 효력화할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할인율 인상을 이통사 동의 없이 강제하기 위해 이를 별도 고시에 규정하거나,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할 경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세금 및 준조세 인하, 분리공시제 등 다양한 제안 나와= 이통사들은 정부가 걷어들이는 조세와 준조세를 환원해 통신비를 내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요금에 부과되는 10%의 부가가치세만 감면해도 가계 통신비를 10% 낮출 수 있다. 준조세 성격의 주파수 할당 대가와 전파사용료만 줄여도 통신비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올해 이통 3사로부터 8442억 원을 주파수 할당 대가로 징수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이동통신 가입자 1인당 분기별로 2000원씩 연간 2400억 원 규모의 전파사용료를 이통 3사로부터 징수한다. 올해도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로 정부가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구분해서 공개하는 분리공시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통신비 인하의 책임을 이통사 혼자 책임질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 등 제조사도 함께 지자는 얘기다. 단말기 구매 시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공시지원금 중 제조사와 이통사의 부담 분을 각각 구분해서 공시하면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 규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단말기 가격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방통위가 분리공시제에 대해 이해관계자 면담을 실시한 결과 이통 3사와 LG전자, 시민단체들은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삼성전자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제조사와 이통사는 고객들한테는 구매지원금을, 유통점에는 실적에 따라 판매장려금 명목의 리베이트를 각각 지급한다. 삼성전자의 반대 이유는 간단하다. 제조사가 지급하는 구매지원금 규모만 공개되고 판매장려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으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판매장려금을 통해 유통시장 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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