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맥추(麥秋)

입력 2017-06-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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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문명의 누적으로 인하여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자문화권 국가에는 매월(每月)에 대한 이칭도 많다. 음력 4월의 경우, 여름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초하(初夏, 初:처음 초), ‘맹하(孟夏, 孟:맏 맹), 시하(始夏, 始:비로소 시), 유하(維夏, 維:벼리 유)’라는 말을 사용한다. ‘아직 봄이 다 가지 않아 꾀꼬리가 우는 여름’이라는 의미에서 ‘앵하(鶯夏)’라고도 하고, 강아지풀의 이삭이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의미에서 ‘수요절(秀?節, 秀:빼어날 수 ?:강아지풀 요)’이라고도 한다.

음력 4월을 달리 표현하는 말 중에 ‘맥추(麥秋)’도 있다. ‘麥’은 ‘보리 맥’이다. 직역하자면, ‘보리가을’이다. 가을은 모든 곡식이 여무는 계절이다. 음력 4월은 비록 여름이기는 하지만 보리가 익어 가는 철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올해는 5월에 윤달이 들어 해가 더디 가기 때문인지 이미 5월임에도 아직 들판에서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며칠 동안 아침과 저녁으로는 마치 가을날처럼 쌀랑쌀랑했다. 모든 곡식이 여물기 위해서는 이처럼 약간의 추위, 즉 가을 기운이 있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리라. 야무지게 여물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문호 소동파(蘇東坡)는 맥추 풍경을 “더운 비는 보리가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고, 훈훈한 바람은 누에 치는 노인에게 불어오네[暑雨避麥秋 溫風送蠶老]”라고 읊었다. 보리 익으라고 더운 장맛비가 내리기를 참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누에 치는 노인이 추울까 봐 따뜻한 바람이 분다는 표현이 정겹다.

우리에게도 이런 풍경이 있었다. 보리가을의 서늘한 날씨 때문에 아침이면 이불을 끌어당기며 늦잠을 자다가 어른들께 혼이 나기도 했고, 누에를 치던 방에서는 누에들이 뽕잎을 먹는 소리가 어느 음악보다도 조용하면서도 상쾌하게 들려왔다. 그리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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