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허…참, 왁자지껄 주식시장

입력 2017-02-02 10:38 수정 2017-02-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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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1984년부터 26년간 많은 인기를 끌었던 허참의 가족오락관.

국내 TV방송 프로그램 중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혔던 가족오락관의 많은 게임 중 특히나 인기를 끌었던 것은 ‘왁자지껄’이었다.

남성팀과 여성팀으로 나눠 팀마다 주어지는 단어를 옆에 있는 같은 팀원에게 전달하면 입 모양만 보고 단어를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A로 시작해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다른 단어로 바뀌어, 결국에는 A가 D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즐거워했다.

웃자고 한 게임인데, 현실을 보면 착잡함을 느낀다. A가 전달되고 퍼지면서 Z로 변하는 세상, A를 Z라고 전달하고 틀렸다고 하면 ‘아니면 말고’인 세상이다.

사회 전반적인 ‘아니면 말고’ 식 풍토는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주식을 사는 순간 온갖 기대와 루머를 퍼트리는 주체는 영화에서나 보던 주가조작 세력만이 아니다. 평범한 개인투자자들 중에서도 이런 루머를 퍼트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심각한 것이 정치 테마주다. 에이텍을 비롯해 몇몇 종목은 성남시에 본사와 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DSR제강과 몇몇 종목은 문재인 후보의 고향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제이티 등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반기문 후보의 아들이 SKT에 다닌다고 아이리버가 정치 테마주로 급등락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금력을 갖춘 조직적인 주가조작 세력이 정치 테마로 주가조작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수백, 수천만 원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각자가 정치 테마의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 보급에 메신저나,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증권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한 사람이 루머 글을 올리면 이후 일부 기존 주주들과 일부 신규 투자자들이 알아서 확대 재생산해 퍼트린다.

이런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 정치 테마를 다루는 한국거래소나 감독기관의 접근 방식은 기존 주가조작 세력을 잡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니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 테마는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근거도 없는 정치 테마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메신저, 증권 관련 게시판 등에 실명 가입이 돼 있지 않은 아이디를 해지토록 해야 한다. 실명 확인이 돼 있지 않은, 일명 차명 아이디를 통한 루머 양산이 제일 큰 문제다.

또 포털과 증권 관련 게시판, 메신저에 정치 테마 글이 올라올 경우 쪽지나 메일 등을 통해 1차 경고장을 보내야 한다. 감독당국의 경고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압박은 매우 크다.

1차 경고에도 불구하고 루머를 또다시 퍼트릴 경우에는 서면 또는 유선을 통한 2차 경고를 하고, 3차에는 대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 대면 조사의 주목적은 처벌이 아니다. 대면을 통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계도해야 한다.

계도를 통한 인식의 전환이 시간은 더 걸릴지언정 처벌 위주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은 과거 사례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주식시장의 루머에 대해서만 강력히 나서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 루머에 대한 인식 전환과 강력한 법 적용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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