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유럽 정치 리스크에 절충안...양적완화 축소·기한 9개월 연장

입력 2016-12-09 08:53 수정 2016-12-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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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을 강타한 정치 리스크가 회복 도상에 오른 유럽 전역에 파급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고민도 깊어졌다.

ECB는 8일(현지시간) 열린 이사회에서 국채 등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고, 그 기한은 9개월 연장한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유로존 경제가 회복 기조에 오른 만큼 금융 정상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왔지만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 등 역내 정치 리스크가 ECB의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ECB는 내년 4월부터 매월 국채 매입액을 600억 유로로 기존보다 200억 유로 줄이기로 했다. 또한 양적완화 종료 시기는 원래 내년 3월이었으나 12월까지 9개월 연장한다.

ECB의 이같은 결정은 앞서 시장 예상에서 비켜간 것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월 800억 유로의 국채 매입 규모는 유지하되 내년 3월 종료되는 양적완화 기간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했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매입액을 줄이지 않고 6개월 연장하거나 매입액을 줄이고 9개월 연장하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까지인 양적완화를 갑자기 중단하면 그 대안은 없었다. 유럽 경제에는 계속 하방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ECB가 매입 규모를 줄인 건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ECB가 시장에서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은 바닥이 나고 있다. 특히 독일 국채는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또한 남유럽 경제가 바닥을 치는 등 유럽 경기가 호전을 보이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해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어느정도 수그러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13년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다가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것이 반면교사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시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이 자금을 회수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크게 요동쳤다.

금융완화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테이퍼링’ 국면에 들어간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그런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매입 금액을 200억 유로 줄인다 해도 여전히 이는 엄청난 완화”라고 강조했다.

ECB는 그동안 유로존 19개국의 국채와 유럽계 국제 기구가 발행하는 채권 외에 회사채 등을 매입해왔다. 은행과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를 활성화시켜 물가를 끌어올릴 목적에서다. ECB는 작년 1월에 양적완화 도입을 결정, 그 이후 기간을 연장하고 규모도 확대했다.

ECB의 이번 결정은 금융정책의 축을 ‘추가 완화’에서 ‘축소’로 옮겼음을 의미한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매월 매입 규모를 한 번에 줄이지 않고 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매우 완만한 속도가 될 것이란 메시지도 담았다.

하지만 양적완화 기조에서 완전히 돌아선 건 아니다. 역내 정치적 리스크가 여전히 산재해있기 때문. 이탈리아는 헌법 개정안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부결되면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퇴했고, 이후 독일 총선과 프랑스 대선 등도 불확실성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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