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대화·소통…비밀을 만들지 말자

입력 2016-12-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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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지간에는 어떤 비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다. 전문가와 학자들조차도 비밀은 부부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으므로 아예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자기 노출’이 지나치면 부부관계에 금이 간다.

비밀에는 순기능도 있다. 비밀은 타인의 비판이나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배우자나 부모, 자녀의 24시간을 몰래카메라로 다 볼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의 몸을 가려주는 옷이 필요하듯이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비밀은 내가 나일 수 있게 해 주는 보루다.

그러나 일상적인 비밀이 아니라 병적인 비밀은 그 해악이 막대하다. 비밀이 탄로 날까 봐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두렵다. 비밀은 진실에 눈멀게 하며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한다. 그 결과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소통이 되지 않으며 신뢰가 무너진다. 종국에는 삶이 왜곡되고 망가진다.

특히 부모가 비밀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해도 자녀는 상처를 입는다. 그 비밀이 3대, 4대로까지 이어지는 경우 폐해가 더 심각하다. 부모가 말을 하지 않는데 자녀들이 비밀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비밀스럽고 기이한 분위기는 비밀의 내용은 아니더라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나게 한다. 자녀들은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고 방황하면서 비행에 빠진다. 자신의 세계로 침잠하거나 자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부모의 외도나 범법 사실, 근친상간이나 학대, 출생의 비밀 등을 발설해선 안 된다는 위협에 시달리는 자녀는 정신세계가 분열되기도 한다.

그러면 비밀로 인한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비밀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사건·사고가 안 일어날 수는 없는 법. 가족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차선의 해결책이다. 상대방과 나의 실수, 치부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만약 비밀이 있다면 당사자가 직접 털어놓는 것이 좋다.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비밀을 털어놓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 마음 편하자고 배우자나 자녀가 감당할 수 없는 비밀,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지금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사실까지 털어놓아 파국을 부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의 고백이 가져올 파장이나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한 다음, 자신과 진실에 직면하는 용기를 발휘해 보자.

요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속속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어떻게 나라 모양이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은, 개탄스러운 일들이 비밀의 껍질을 깨고 나온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밀들이 판도라 상자 밖으로 튀어나올지 두렵다. 가족의 비밀은 조직이나 사회의 비밀, 국가적인 비밀을 만들어내는 온상이다. 비밀은 또 다른 비밀을 낳는 법이어서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아무 것도 믿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배우자나 자녀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막장드라마에서처럼 값싼 호기심이나 비열한 의도로 가족의 비밀을 캐낸 다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족을 협박하거나 거래하는 짓은 죄악이다. 병적인 비밀이 기생하지 못하는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가족끼리 더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는 가족 문화를 가꿔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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