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결국 ‘한방 없이 맥 빠진’ 재벌 청문회… 총수, 핵심 질문 ‘필사적 회피’ 급급

입력 2016-12-06 20:31 수정 2016-12-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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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포화 이재용, 시종일관 “죄송하다”… 불성실 청문회에 비판론 확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참석한 기업 총수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참석한 기업 총수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

28년 만에 재연된 재계 총수 청문회가 결국, 속 빈 강정으로 드러났다. 사상 초유로 재벌 총수가 청문회 증인으로 무더기로 출석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의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여야를 막론한 국조특위 의원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의 대가성 여부를 주요 쟁점으로 거론했지만, 총수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며 공익성을 강조했다.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가 8대 대기업 그룹 총수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개최한 ‘재계 청문회’는 표면적으로는 재벌에 대한 ‘촛불민심’의 성토장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일부 총수들이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하면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답답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재벌도 공범’ 정경유착 의혹… 총수, 모르쇠 일관 = 재벌 총수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에 대해 일제히 “대가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기업활동에 있어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강제성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업 특혜, 총수 사면 등 반대급부를 바라고 돈을 내지는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내용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저희한테 문화, 스포츠를 포함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지원 요청이 있지만 단 한 번도 무엇을 바란다든지, 반대 급부를 요구하면서 출연했다든지 지원한 적은 없다”며 대가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최태원 SK회장 또한 기금출연의 대가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가성이란 생각을 갖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고 그건 제 생각도 전혀 아니었다”고 답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무슨 대가를 기대해서 우리가 출연했던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 원 추가 지원 결정을 고(故)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 부회장이 내렸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 당시 제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K스포츠재단 쪽에서) 우리 그룹에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기금 출연은) 돌아가신 이 부회장님을 비롯해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든 건 한국의 현실”이라며 대기업 총수를 두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오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오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청탁 없어” =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재용 부회장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이 부회장은 유리한 조건으로 그룹을 승계할 수 있게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무리하게 조정한 다음, 국민연금 측에 합병에 찬성을 요구해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부회장은 본인을 위해 합병비율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연금 측이 보자고 해 실무자 몇 분과 봤다”며 “합병비율은 임의로 조정할 수 없고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지난해 7월 25일 대통령을 독대했을 당시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의 방해가) 심했다고 하는데 그와 관련한 얘기를 나눈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부회장은 “독대 시는 이미 (합병을 결정하는) 주총이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 인지 여부와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최 씨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며 “인지 시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자리에서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첫 보고를 누구로부터 받았으며 최 씨의 존재나 뒷배경에 대해 안 시점은 언제냐는 거듭된 질의에도 “죄송하지만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관련 승마협회 지원에 대해 적절하지 못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지원이 됐던 것을 인정한다”며 “세세하게 챙기지 못해 후회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1988년 ‘일해(日海) 청문회’ 재연… 불성실 청문회에 비판론 확산 = 5공 청문회 이후 최대인 9명의 대기업 회장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변죽만 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송구하다.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역시 현대차가 차은택 씨의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몰아준 것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 스타일은 다른 총수들에게서도 동일하게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28년 전인 1988년 일해(日海) 청문회를 고스란히 재연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 청문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아웅산 테러 희생자 유가족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모금한 것의 강제성과 대가성이 쟁점이었다.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최순실 씨가 세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돈을 낸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판박이다. 전경련이 모금책 역할을 한 것도 같다. 공교롭게 이날 증인으로 불러나온 총수 6명은 과거 청문회에 불려 나온 재벌 총수의 2세다.

한편 불성실 청문회에 비판론도 확산되고 있다. 위원들의 비슷한 내용의 질의가 반복되고, 증인들의 답변도 몇 차례 진행되자 비슷해지는 등 ‘한 방 없는 맥 빠진 청문회’로 전락했다. 특히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자, 우려한 대로 망신주기용 호통만 오가는 ‘맹탕 청문회’ 비판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큰 목소리로 증인들을 질책하거나 훈계성 지적을 하는 사례 그리고 청문회 주제와는 관계없는 질문을 하거나 증인 답변을 도중에 끊는 의원들의 질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많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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