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서민경제] ⑥ 날개 단 서민물가

입력 2016-12-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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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그대론데 물가는 올라”… 2배로 뛴 무·배춧값, 김장 담그기 무섭다

#4살, 1살배기 아이를 둔 40대 남성 조모 씨. 그는 육아에 필요한 기저귀, 분유 등을 온라인 마켓에서 주문할 때마다 한참을 고민한다. 바로 최저가 제품을 찾기 위한 것. 소득은 별반 늘지 않았는데 물가는 오르다 보니 단 1원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 지출하는 비용은 조금 아낄 수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다. 아무래도 최저가 제품만 찾다 보니 기능 면에서는 상위 제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기저귀 발진에 붉게 일어난 아이의 속살을 보노라면 가슴 한편이 저려오지만 얇아진 지갑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자조한다.

#5살 아들을 가진 30대 중반의 주부 윤모 씨. 지난달 식료품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 150만 원가량을 지출했는데 1년 전과 비교해 돈이 들어간 곳은 비슷했지만 총액이 15만 원가량 늘었다. 물가는 오른다는 데 수입은 크게 늘지 않고, 당장 내년에는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매달 들어갈 30만~40만 원가량의 수업료에 속이 타들어간다.

소득은 그대론데 장바구니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면서 서민 가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배추와 무, 고등어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도시가스와 화장품, 음료, 맥주, 빵 등 생활물가마저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 가계 생활이 한층 더 팍팍해졌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지만 전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체감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는 1.1%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상승폭만 봤을 때는 2014년 7월(1.4%) 이후 최대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다가 9월에 1.2%로 급등한 데 이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연중 최고 수준인 1.3%를 지속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좌우하는 농산품 등의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며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품목별로 무가 1년 전보다 120.7% 폭등해 작년의 두 배를 넘었고, 배추(82.1%), 파(41.6%), 양파(27.0%) 등 김장용 채소와 양념류가 대폭 올랐다. 돼지고기(7.9%)와 국산 쇠고기(7.0%)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세와 외식 등 서민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물가가 1.8% 오르며 전체 물가를 1.0%포인트 끌어올렸다.

인천에 사는 인모(73) 씨는 “매년 전라도 쪽에서 절임배추를 사 딸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배추가격 폭등으로 절임배추가 다 팔려 살 수도 없는 지경이다”라며 “다른 절임배추 쪽을 알아보고 있는데 중국산이 섞여 있다는 소문도 도는 데다 하루하루 배추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비싸지만 고랭지배추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다 그동안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가 OPEC(석유수출기구)의 감산 합의로 연말 이후 급격히 감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내년 초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소비심리가 좀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더해 불황의 골이 깊어진 반면 ‘최순실 게이트’로 비롯된 탄핵 정국 등으로 정부의 물가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도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60대 초반의 주부 이모 씨는 “아무리 식단을 최소화해 사려고 해도 5만 원이 훌쩍 넘어가니 장보기가 겁이 난다”며 “뉴스를 보니 국정 농단 등으로 사회가 혼란한데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해 이래저래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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