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졸혼을 예방하자

입력 2016-10-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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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졸혼’이 요즘 화제다. 혼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개념이다. 작년에 일본의 유명한 코미디언이 텔레비전에 출연해 “졸혼을 졸업하려고 한다. 아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하면서 졸혼이 떠올랐다. 최근 졸혼이 ‘또 다른 이혼인가, 새로운 결혼인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졸혼이라는 단어는 국내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졸혼의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 별거하면서 집안의 경조사 때만 만나는 부부, 각방을 쓰면서 무늬만 부부로 사는 사람, 이혼을 포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러기 가족으로 사는 부부도 많다.

필자는 얼마 전 한 방송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졸혼을 반대했지만 졸혼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졸혼으로 관계가 개선된 부부가 있고, 졸혼이 차선의 해결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변화하면서 졸혼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별 문제가 없는 부부가 더 행복하기 위해서 졸혼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면 졸혼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졸혼은 경제적 부담은 물론 졸혼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심적 괴로움도 크다. 자녀들이 부모를 따로따로 만나야 하는 부담은 지엽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다. 부모가 매일 싸우며 자녀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보다 졸혼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비교다. 불행한 결혼 생활과 행복한 졸혼 중 무엇을 선택할지 물으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겠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도 많고 불행한 졸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사소한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배우자는 더욱 소중하다. 졸혼을 생각하며 결혼하는 부부는 없을 것이고, 설사 졸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졸혼하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간섭받고 싶지 않아 졸혼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지나친 잔소리나 간섭은 자제하고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면 졸혼을 예방할 수 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하지만 다른 남자,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거나 딴살림을 차려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서로 인정해 주고 지지해 준다면 굳이 졸혼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자아를 찾고 싶다는 사람도 많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을 찾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로의 취미와 친구 관계를 존중해 주고 자신만의 매력을 가꾸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기도 어렵지만 100세 시대에 이혼하지 않기란 더욱 어렵다. 아내와 35년을 살아보니 부부가 별일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절감한다. 오랫동안 화목한 부부로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능력이고 미덕이다. 세상에 완벽한 삶은 없으며 인간관계에 있어서 완벽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부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해보지 않고 졸혼을 쉽게 선택하고, 그것을 미화하고 합리화하거나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은 무의미하다지만 사랑이 식어도 부부는 살 수 있다. 정으로 살고 자녀들을 위한 책임감으로 살기도 한다. 졸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졸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결혼 생활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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