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과 당적

입력 2016-10-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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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①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그 직에 있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다만, 국회의원 총선거에 있어서 「공직선거법」 제47조의 규정에 의한 정당추천후보자로 추천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원 임기 만료일 전 90일부터 당적을 가질 수 있다. <개정 2007.12.14.>

②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당적을 이탈한 의장이 그 임기를 만료한 때에는 당적을 이탈할 당시의 소속 정당으로 복귀한다. <본조신설 2002.3.7.>

국회법 제20조 2의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국회법이 신설된 것은 이만섭 국회의장 시절이다.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은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려던 여당의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를 막아 당시 여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들어, 이런 반발을 당당히 헤쳐나갔고, 국회법 20조 2를 만드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 우리나라 헌정사상 첫 번째 무당적 국회의장이 됐다. 그런데 지금 국회법 20조 2가 다시금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3주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이나 본인의 발언으로 국회 파행과 공전의 원인을 제공했다. 과거 국회의장들도 날치기 통과에 협조해 정치적 중립에 대한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듯 20여 일 동안, 그것도 두 번씩이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을 의심받는 사례는 없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단식까지 하면서 항의했고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부분에서 과연 실효성 있는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문제는 직권상정 혹은 날치기 통과의 주동 내지 협조라는 극명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국회 선진화법이 존재하는 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 의장의 경우처럼 의장의 발언이 문제가 될 사례가 많을 것 같은데, 이럴 때마다 해석하기에 따라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현 상황만 보더라도 더민주를 비롯한 야권은 정 의장의 발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두 번씩이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입장과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마련하고 있다는 국회의장 제재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의 당위성에는 공감했지만, 과연 당적 보유 금지가 정치적 중립으로 이어질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즉, 국회의장의 탈당은 결국 중립을 가장하기 위한 일종의 ‘위장 탈당’이 아닌가를 의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당적을 버렸지만 행동은 ‘친정 지향적’이었던 의장들도 적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탈당과 무당적을 의심어린 눈초리로 봐왔던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엔 당적을 그냥 보유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즉 ‘위장 탈당’보다는 적나라한 당적 보유가 낫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덜 혼란스럽고 본인들도 솔직하게 행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안도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정치권에 그런 용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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