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인수전 막전막후]“6000억도 비싸다” KB 연막작전…한투 1조 쓰고도 ‘고배’

입력 2016-04-01 09:35 수정 2016-04-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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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인수전은 일단 KB금융지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6000억~7000억원 사이로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관측과 달리 1조원을 넘는 초박빙 대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베일에 싸인 입찰가… 속여야 이긴다 =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지주는 철저한 연막작전을 구사했다.

매각 공고가 나오자 KB금융은 6000억원도 쓰지 않을 거라며 적을 교란시켰다.

KB금융은 이미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에 2연패를 해 증권사 인수합병에서 한 차례 더 고배를 마실 경우 경영진들도 위태위태했다. KB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인수에 성공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국투자금융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계열사 실사를 했는데 부실자산이 너무 많다' 혹은 '자본을 가져온다는 것 이외 사업성에서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 높은 가격을 써낼 것임이 감지됐었다.

지난 29일부터 시장에서는 'kb는 이미 떨어졌다', '한투는 다른 매물을 노리고 있다' 등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시장에선 한투냐 KB냐, 혹은 액티스냐를 놓고 내기를 거는 상황도 연출됐다.

부실자산과 관계없이 자산규모 3조원의 증권사를 가져오는 게 후보자들의 목적이었다. 그 가격을 주더라도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대우증권이 받은 프리미엄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증권 매각가는 최소 6500억원 수준에서 형성, 8000억원까지도 거뜬할 것으로 전망됐다.

◇초유의 재입찰…낙점까지 진통 = 애초 지난달 29일 인수 후보자 3곳이 제시한 가격과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 가격 비교 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비가격적 요소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로 발표가 두 차례 연기됐다.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가 제시한 금액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정도로 박빙이었기 때문이다. EY한영 관계자는 "두 곳 모두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고 확인했다. 두 곳의 가격 차이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의 안정성 등 비가격 요소 평가도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당락은 순현금 유입 기준으로 갈렸다. 같은 입찰가라도 손해배상 범위, 실사 후 가격조정 범위 등에 따라 달라지는 데 매우 근소한 차이로 KB금융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1차 입찰 후 조건이 너무 비슷해 다시한번 조건을 제시하라고 했다"며 "2차 입찰에서 KB금융이 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 매각가이 애초 예상을 훨씬 넘으면서 '승자의 저주' 전망이 나온다. 애초 시장에서는 5000억∼8000억원 수준에서 지분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로, 시장가로는 3700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본입찰에 앞서 매각자 측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1조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KB금융과 한국금융 모두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과 한국금융 모두 1조원대 초반을 써냈고 가격 차이는 수백억원 이내로 근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작년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만큼 이번에 절치부심해 현대증권 인수에 뛰어든 만큼 다소 무리를 하면서까지 과감한 베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써낸 1조원대의 가격은 현대증권의 이날 종가(6870원)로 계산한 해당 주식 지분 가치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과도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잠재부실이 실사 과정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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