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가로막는 규제 장벽] 중고차 경매앱에 웬 주차장?…‘꽉 막힌’ 정부 ‘속 타는’ 벤처

입력 2016-02-02 10:01 수정 2016-02-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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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투자액 2조 최대치라는데… “규제 허물겠다” 뒷북치는 정부

국내 스타트업들이 예기치 못한 숨은 장벽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양적 지원은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각종 숨은 규제, 기존 업계와의 갈등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이미 넘쳐나는 자금 지원보다 기존 규제 해소, 새로운 기준 구축 등 사업 환경부터 조성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온라인경매 스타트업 헤이딜러는 지난달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최근 긍정적으로 서비스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도 오프라인 영업장과 사무실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법업체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초 통과되면서 헤이딜러가 폐업을 결정하자, 국토교통부와 새누리당이 최근 당정협의를 통해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놓으면서다.

국토부는 이번 당정 협의에서 관련법 통과 이전 헤이딜러가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처벌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헤이딜러가 즉시 서비스를 재개하기엔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애초 15명에 달했던 직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7명까지 줄어 인력도 부족하고, 기술적인 문제도 다시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개선책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젊은 스타트업이 순식간에 휘청이는 상황을 만든 우리나라의 법체계의 경직성이 문제”라며 “이제 스타트업들도 이 같은 구조적인 역풍을 먼저 계산하고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헤이딜러 못지않게 최근 시끄러운 스타트업은 심야버스 공유서비스업체 콜버스랩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 목적지와 탑승시간을 스마트폰 앱에 입력하면 비슷한 경로의 승객을 모아 심야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콜버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업체는 최근 택시업계가 심야콜버스 운행을 반대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제 국내 택시업계 4개 단체는 지난 1일 주요 일간지에 ‘창조경제의 미명 하에 택시업계가 죽어가고 있습니다’란 제목의 광고를 내는 등 콜버스랩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현재 콜버스 운행이 현행법상 가능한 영업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 쉽게 갈등이 해소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광고기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벌이는 스타트업 비트패킹컴퍼니도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척했으나 국내에 관련 국가 기준이 없는 데다 음원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한때 사업에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약 1년간 문제 해결에 나서왔고, 최근에서야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광고기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규정 신설 조치로 한시름을 놓게 됐다.

비트패킹컴퍼니가 운영하는 비트는 무료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대신, 중간에 영상ㆍ오디오 광고를 노출하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저작권 사용료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ㆍ한국음반산업협회 등 4개 신탁관리단체에 월정액, 종량제 등 기준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비트패킹컴퍼니는 기존에 광고기반 음원 스트리밍이라는 분야가 없었던 만큼, 가격이 월정액보다 2배 비싼 종량제 기준으로 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해당 규정이 없어 손해를 봤던 셈이다.

비트패킹컴퍼니 이주형 이사는 “근거 기준과 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입장이어서 지난 1년간 정부와 신탁관리단체 등을 꾸준히 설득했다”며 “회원 수가 6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의 저작권료 지불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숫자가 늘고 있는 P2P 대출 중개 서비스 스타트업들도 근거 규정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해외에선 핀테크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P2P 대출 서비스가 국내에선 대부업으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7월부터 발효되는 금융위원회의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라 관련 스타트업들도 대출을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 제한받게 한 것이 문제다.

P2P 대출 중개 플랫폼 업체 테라핀테크 양태영 대표는 “지난해 12월 P2P협회를 사단법인 등록하려고 금융위에 신청했는데, 관련 부서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되기도 했다”며 “핀테크 영역이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 규제들이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감독기관들도 시중은행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기준 등을 유연하게 적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 같은 숨은 장벽들에 허덕이고 있지만, 정부는 창업 생태계가 최고조로 활성화됐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투자액은 2조원이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간 신설법인도 9만3000개를 돌파했다. 그러나 자금만 많이 푼다고 스타트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쓴소리다.

벤처기업협회 허영구 정책연구실장은 “헤이딜러 사태 이전에도 벤처ㆍ스타트업들로부터 원천적으로 잘못된 규제 등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면서 “자금 지원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이젠 기존 사업과 신사업이 융합할 수 있도록 법체계를 바꾸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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