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여의도는 작전의 도시?

입력 2015-12-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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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는 1등 신랑감이었는데, 요즘은 왠지 천덕꾸러기 같은 신세가 된 것 같습니다.”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는 펀드매니저 A과장은 최근 검찰의 잇단 주가조작 수사로 지인들의 안부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만큼 요즘 여의도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최근 검찰이 주가조작 세력들과 전쟁을 선포하며 블록딜, 동아원, 현대페인트 등의 시세조종 등 다양한 증권사범들을 잇달아 압수수색하고 구속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부장검사 김형준)은 현대페인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 경영진과 시세조종 전문가를 비롯해 A증권 부지점장 등 직원들, 경제TV 증권방송 전문가를 적발해 사법 처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직 자문사 대표와 자문사 펀드매니저, 유명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도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기 전, 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과정에서 뒷돈이 오고 간 사실까지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직원과 카카오 대주주 일가가 혐의에 연루된 사실까지 적발되면서 그야말로 여의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검찰의 다음 타깃이 과연 어디일지 예의 주시하며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업계에서는 근래 적발된 일련의 사건들이 3~5년 전 과거 사건이 대부분인 만큼, 언제 어디서든 검찰이 수사의 칼끝을 겨눌 수 있다는 불안감이 꽤 크다고 토로한다.

증권사 한 고위 임원은 “요즘 여의도에서 송년회 약속을 잡지 말자는 것이 불문율 아닌 불문율이 됐다”며 “분위기도 워낙 안 좋지만 혹여 같이 술 먹던 멤버가 구설수에 올라 수사받는 불상사가 생길 경우 같이 어울렸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기도 전에 검찰이 굳이 사건을 헤집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실제 이번 검찰의 수사로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도 더러 눈에 띈다.

구속된 직원이 현재 직장이 아닌 과거 직장에서 벌인 사건인데도 불구, 재직 중인 금융사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의 빗발 치는 문의 등 자금 이탈 우려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와 신뢰받는 자본시장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이번 검찰의 수사는 한번은 거쳐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탕주의’, ‘작전의 도시’로 일부 비쳤던 세력들이 머니게임을 청산하고 불합리했던 과거 관행을 털어버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일부 몰지각한 세력들의 범죄 행위를 증권가 전반의 도덕적 해이로 확대 해석하는 일은 분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들의 자산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불철주야 뛰는 증권맨들의 땀방울과 열정은 늘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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