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아, 늦었다…메이드인 코리아의 수레바퀴 밑에서

입력 2015-11-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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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 OGQ 의장

2년 전 OGQ와 협업하자고 손을 내밀었던 중국의 한 회사에 와 있다. 1억8000만 명 다운로드, 하루 4000만 명 사용자, 매출 500억 원, 이익 50억 원, 관계사 포함 2000억 원 투자 유치…. 그들이 이룬 숫자를 듣고 있다. ‘허…’ 배꼽 언저리부터 한숨이 올라온다.

4명의 창업자는 이제 가야 할 첫 단계를 지나고 있는 듯 설명한다. ‘지치면 안 돼. 수레바퀴 밑에 깔리게 될지도 몰라.’ 그들의 말들이 뭉툭한 칼로 베듯 오자 불현듯 경계한다.

OGQ와 다운로드는 2배 차이인데, 일궈낸 성과는 판이하다. 성장 틀이 다르다. 대표가 미팅하는 사람은 야후 마리사 메이어, 페북 부사장 등이라 한다. 1년 내 목표는 5억 명이다. 그리는 도화지가 다르다.

생각이 다르니 매일 점검하는 관련 숫자가 달라지고, 실제 결과는 근접해진다. 그것에 맞게 일을 하고, 사람과 돈이 계획되며 이를 실행해낸다.

1996년부터 봐 왔던 선배 기업인들의 수출 산업 역군, 이를 달성하려는 눈빛과 생각이 중국인에게 그대로 묻어 있다. 해외에서 잘나가는 것을 들여와서 내 영역을 지키려는 심산 따위는 없다. 결국 내 것을 하기 위한 거대한 계획 속에 놓인 계단을 밟을 뿐이다.

‘이 창업자만 이러는 것일까?’ 위안해 보지만, 테이블에 둘러앉은 여러 회사 임원들의 자세가 균일하다. 다음 날 시가총액 3조 원의 나스닥 상장사를 이끄는 주요 임원들을 마주한다. 1년여 동안 메신저로 협업해 왔기에 가져간 선물을 전달하며 편히 나이를 묻는다. 모두 20대다. 어느 정도 빠르기와 과감성으로 이 회사가 움직여질지 가늠이 된다.

‘2년 뒤 대표님의 회사는 어디쯤 있을까요?’라고 묻자, 표정·자세·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지며 답한다. “대국이 돼야 합니다. 나라가 아니라 우리 사람 한 명, 한 명이 그래야죠. 각자의 생각을 리셋하지 않으면 대국이 안 됩니다.”

회사의 위치를 물었는데, 답은 ‘대국’으로 온다. 겁 없고, 바라는 것도 없고 오로지 ‘성공하겠다’의 목표만 있다. 부모·가족을 본인의 힘으로 건사하고, 무조건 이루겠다는 신념 외에는 쳐다보지 않는다. 그 외 걱정 따위는 없다. 어차피 빈손이었다는 절실함이 생생하게 묻어난다.

“2년 전 우리가 스카이프로 첫 대화할 때와 지금의 속도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가 있나요?” 다시 묻자, 카카오 김범수 의장에게 들었던 ‘2M4P(4명이 2개월 안에 만들어 서비스를 출시한다)’보다 더 강한 말을 한다.

“실행이 답입니다. 생각하는 것들은 무조건 한 달 만에 만듭니다. 우리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베이징(北京)대·칭화(淸華)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역량이 많습니다. 조금만 잘 만들면 기존 생태계 속에서 1000만 명 사용자는 최소 확보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서비스의 사용자 목표는 기본 5억 명입니다. 이를 위한 수천억 원의 펀딩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실현 가능한 경험으로부터의 자신감을 뿜어내는 창업자를 나 자신을 포함, 거의 만나지 못했다. 1996년 창업 이후 19년간 말이다. 더욱 위협적인 건 앞에 앉은 그들이 이제 고작 스물다섯, 스물아홉이라는 사실이다.

창업 이후 서비스 성장과 실패, 조직 경영, 인수합병의 여러 과정을 거친 후 연쇄 창업가로 거듭날 이들은 30대에 무엇이 돼 있을까? ‘내가 만난 이들만 유별났던 거야’라는 생각과 ‘아, 늦었다’라는 생각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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