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천의 리얼인터뷰] 에루페 귀화 추진 오창석 교수 “한국 마라톤 침체는 폐쇄적 풍토 때문”

입력 2015-08-21 15:39 수정 2015-08-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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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감독은 에루페의 귀화로 한국 마라톤이 강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정수천 기자 int1000@)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겁니다.” 케냐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9)의 귀화를 추진 중인 오창석(53) 백석대 교수의 말이다.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만난 오창석 교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한 바퀴 돌고 있겠다”며 운동장을 걸었다. 그는 “틈만 나면 걸어요. 제가 마라톤 하는 사람이잖습니까”라며 웃었다.

오창석 교수는 최근 한국 육상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에루페의 귀화 추진 때문이다. 오 교수는 “올해 에루페의 귀화는 운명적인 것 같다”라며 에루페의 귀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미 에루페의 한국 이름까지 정했다. 오 교수의 성을 딴 오주한이다.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도 담았다.

그의 자신감은 케냐 선수들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다. 올해로 케냐 선수들을 지도한 지 14년째인 오 교수는 케냐 선수들의 레이스에 호기심을 느껴 그들을 직접 지도하기 시작했다. 한 달 이상 케냐에 머무를 때도 있었다. 누구보다 케냐 선수를 잘 알 수밖에 없다. 그의 케냐 선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선수와 지도자의 관계를 넘어섰다.

그는 “한국 마라톤의 침체는 개방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에루페의 귀화가 한국 마라톤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루페와 같이 뛰어난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야 경쟁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된다는 것이다. 그는 “마라톤은 훈련 환경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선수와 함께 운동해 봐야 실력이 는다”고 설명했다.

에루페는 오 교수의 믿음에 실력으로 답했다. 2015 동아마라톤에서 18번을 배정받은 에루페는 자신보다 좋은 기록을 보유한 17명의 선수를 모두 제쳤다. 오 감독은 “당시 페이스메이커가 30㎞지점까지 조금 느리게 이끌었다. 그런데도 에루페는 그때부터 가속해 결승선을 6분대로 통과했다”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이어 “초반 페이스만 좋았다면 4분대 기록 달성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창석 교수는 “마라톤을 하려면 달리기에 미쳐야 한다”며 “미쳤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정수천 기자 int1000@)

하지만 에루페의 귀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에루페가 귀화하면 한국 육상계는 외국인 선수 차지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에루페 만한 선수는 케냐에 널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이 많다.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귀화를 추진하는 나에게 미쳤다는 사람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또 “기량이 뛰어나면서도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며 “케냐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기량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루페는 그 중에서도 국가대표에 뽑힐 만한 실력을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에루페의 귀화를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귀화하지 않아도 함께 훈련할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실력 있는 선수를 초청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대부분 도우미 역할보다 직접 대회에 출전해 기록을 세우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오 교수의 에루페 귀화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에루페가 서울에서 열린 동아마라톤에서 1위에 오른 뒤 귀화를 추진했으나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 도핑검사에서 걸려 2년 출장 금지 처분을 받았다. 결국, 첫 번째 귀화 추진은 무산됐다.

징계가 끝난 후 에루페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6분11초의 기록을 세웠다. 오 교수는 “에루페의 도핑 문제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약물을 사용했다면 2년 만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없다. 에루페는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에루페의 귀화 신청은 10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에루페의 귀화가 승인돼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에루페의 약물 징계로 인해 당장은 국가대표 선발 기준을 통과할 수 없어서다. 오 교수는 “올림픽은 나중 일이다”며 “에루페가 한국을 선택하고 싶어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창석은 1962년 4월 20일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국군체육부대 마라톤팀 감독으로서 김이용(42), 오성근(41), 제인모(40) 등 국가대표 선수를 지도했다. 이후 2001년 미국 시카고에서 큐레이 마라톤팀을 이끌었고, 2007년 케냐 엘도레트와 나이로비에서 훈련 캠프를 운영하며 에루페, 폴 킵케모이 키코리르 등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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