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과하주와 포르토와인

입력 2015-08-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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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8월,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 전통주 중에는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과하주(過夏酒)’가 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조선시대 때 더운 여름에 많이 마시던 술이다. 탁주와 전통 청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여름에 오래 보관할 수가 없었다. 과하주는 탁주와 청주의 발효 중간에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를 넣어 저장성을 높였다. 과하주는 탁주나 청주보다 도수가 높고, 달다. 독한 소주를 넣었기 때문에 도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단맛은 탁주나 청주의 발효 과정이 독한 소주로 인해 중단돼 술 속에 당 성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효주에 독한 증류주를 넣어 만드는 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럽 등지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포르투갈의 포르토와인이다. 포르토와인은 포도주를 발효시키는 중간에 포도주를 증류한 독한 브랜디를 넣어 만든다. 포르토와인도 과하주와 마찬가지로 저장성이 높다. 17세기에 영국과 프랑스 간의 전쟁이 잦아지면서 영국의 와인수입상들이 프랑스 대신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수입하게 되었다. 이때 수송거리가 길어지면서 와인이 상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브랜디를 넣은 것이 포르토와인의 시작이다.

포르토와인은 영국의 왕실에서 애용되었고, 이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 알려졌다. 포르토와인은 일반 와인과 같이 색에 따라 레드, 화이트, 로제로 나뉜다. 또한 산지나 숙성 기간 등에 따라 종류와 등급이 다양하다. 포르토와인은 달고 향이 좋아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며, 특히 여자들이 좋아한다. 식사 때에는 식욕을 돋우는 식전주와 식후에 마시는 디저트 와인으로 식탁에 오른다.

한국의 과하주도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등 여러 고문헌에 과하주, 오종주, 산춘, 송순주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한다. 과하주는 청주와 탁주 등 밑술을 만드는 방식과 소주를 넣는 시기와 양, 발효 및 숙성 기간 등에 따라 술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송순이나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맛을 특별하게 하거나 몸에 좋게 한 술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과하주의 종류가 아주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과하주가 사라졌다. 다행히 최근 들어 전통주 연구가들에 의해 복원되고, 드물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과하주도 생겨나고 있다.

과하주는 칵테일이나 폭탄주와 같이 여러 종류의 술을 단순히 섞어 맛을 변화시킨 술과는 다르다. 과하주는 청주나 탁주의 발효 중간에 소주를 넣은 후에도 발효 과정이 일부 진행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술이 되는 것이다. 즉 발효주와 증류주의 단점이 보완되어 풍미가 좋고 영양성분이 많으면서도 저장성 높은 술이 된다. 여기에다 과하주는 청주나 탁주와 달리 도수가 높아 장기 숙성이 가능해 맛을 더 높일 수 있다. 과하주는 장점이 많아 내놓을 것이 별로 없는 우리 술산업의 미래 유망주가 될 수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과하주에 얼음 몇 조각을 띄워 마셔 보자. 달콤새콤한 맛과 깊은 향이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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