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기업-수은’ 역행하는 지배구조 …뛰는 관 나는 정, 퇴행하는 정책금융기관

입력 2015-03-27 10:32 수정 2015-03-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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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간 금융회사 중심으로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 개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책금융기관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별도의 사외이사 선임 절차없이 해당 기관장 제청과 관리감독을 받는 해당 정부 기관장이 임명한다.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은 소위 관피아(관료+마피아)나 정피아(정치+마피아)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해당 기관들은 지분구조 및 업무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지만 전문성 검증없이 정부 및 정치권의 인맥을 동원해 부적절한 인사들이 내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정책금융 기관장들은 사외이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 경영진 견제 및 감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정책금융기관 지배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정책금융기관·사외이사,‘암묵적 담합’ = 지난해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총 181건의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지만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주무부처와 해당 정책금융회사, 사외이사 간의 암묵적 담합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정책금융기관의 이사회 상정 안건은 감사와 기관장이 검토한 이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해당 주무부처에서 확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의 과정”이라며 “그러나 실제로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고 정책금융기관과 주무부처가 안건을 미리 세밀하게 조율한 후에 이사회에 올리는 것이 관례가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철저하게 해당 기관장과 주무부처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라 해당 회장 및 은행장 제청으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기관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나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관피아·정피아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독식하는 게 현실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교수 출신인 홍기택 회장 취임 이후 모든 사외이사가 교수 출신들로 채워졌다. 지난해 3월 변호사 출신인 박성득 사외이사가 중도 퇴임하면서 산업은행 사외이사 중 비(非)교수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문제는 홍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들의 중도 퇴임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3월 이후 3명의 사외이사가 중도 퇴임했다. 박성득 사외이사 이외에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가 임기만료 10개월을 앞두고 중도 퇴임했다. 또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2개월 만인 2013년 7월 중도 퇴임했다.

◇전문성 제로… 정치권 인사 텃밭 =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 감사에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인 공명재 감사가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그는 이덕훈 행장과 서강대 동문으로 전형적인 친박인사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감사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구조로 낙하산 인사 논란의 대상이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말 10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던 사외이사 자리에 오성익 전 기획예산처 홍보관리관과 안영률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선임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가 없다는 질타를 받고 부랴부랴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한 달도 안돼 10개월가량 끌었던 사외이사를 일사천리로 선임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공기업 기관장 인사 등의 눈치를 살피다 다급한 나머지 금융업무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사외이사 자리에 앉힌 것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재 사외이사 절반이 정계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총 4명의 사외이사 중 정계 출신이 2명, 관료 및 법조계 출신이 각각 1명씩 자리를 꾀차고 있다. 조용 사외이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특보를 지냈다. 한미숙 사외이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소기업비서관을 거쳐 이명박대통령기념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관료 출신인 유재한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역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과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거친 후 한나라당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계열사 사외이사 역시 정계 출신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서동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지지 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이사 출신이다. 또 한희수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와 뉴라이트봉사단 전국협의회 부산 상임대표를 지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정책금융기관은 금융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에게 보은성으로 자리를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한때 주택금융공사는 사외이사 다섯 명이 새누리당 보좌관이나 당직자 출신으로 채워졌을 정도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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