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총] 55조 ‘큰손’대주주 자격 의결권 행사할까

입력 2015-03-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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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17% 증시투자 시총 6.8% 차지… 64개 기업에서 오너家보다 지분 많아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이슈는 ‘공적 연기금의 본격적 주주권 행사’다. 그동안 ‘태풍의 눈’으로 불리면서도 칼날을 숨겨 온 연기금이 법개정과 함께 본격적 목소리 내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태풍의 중심에는 적립금만 325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존재한다.

◇MB정부 미래기획위원회 제안이 첫 단초 = 시작은 약 4년 전인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MB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공식 발언을 통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확대의 단초가 된 발언이었다.

발언 이후 파장은 적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위원회 위원장이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하자 이는 곧바로 공식화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나온 발언은 곧 청와대의 의중과 오버랩됐다. 자본시장은 앞다퉈 계산기를 두들기며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주주가치 제고 vs 기업의 관치(官治)경영’이라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방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공방만 이어질 뿐 정작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그렇게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2년을 앞두고 잠잠했던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주장이 다시 흘러나왔다.

사정은 초기와 달라졌다. 이제 가타부타를 떠나 당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부류조차 “주주권 확대에 앞서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건부 찬성 부류가 더 많아진 셈이다.

본격적 행보는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완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 “연기금의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관련 법령(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빨리 개정하면 연기금 수익률이 높아져 국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고 주식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에 투입된 금액만 55조원 = 자본시장이 국민연금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상 국민연금의 몫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기금 적립액이 32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7%인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액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3년 2.3%, 2007년 3.1%, 2011년 5.4%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은 작년 7월 기준 6.8%. 앞으로 10년 뒤인 2025년에는 9%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재계 주요 기업의 지분을 장악하고 있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기업도 161곳이나 된다. 나아가 지분이 투입된 30대 그룹 상장사 3곳 중 2곳은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다.

지난 1월 기준 30대 그룹 191개 상장사의 국민연금 주식투자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총 107개사. 이 가운데 60%인 64개 기업에서 국민연금 지분이 대주주 일가보다 많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표 기업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3.38%)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0.57%), 홍라희 라움미술관장(0.74%) 등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4.7%로 국민연금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 투자 계열사 9곳 중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67%)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등 대주주 일가가 5.2% 지분을 보유했지만, 국민연금은 7.0%나 보유하고 있었다.

이 밖에 LG화학, 신한금융의 지분은 5%가 넘는다.

이처럼 재계 주요 기업의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은 날로 늘어나는 국민연금 적립액 때문이다.

330조원에 채 못 미치는 적립액은 2020년 924조원, 2043년 2500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주식투자 비중만 유지해도 수년간 수백조원 규모의 주식을 더 사들일 수 있다.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력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결권 행사 확대의 첫해 될 것=결국 국민연금의 지배력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례로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이 점진적으로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반대 비중은 2006년 3.7%에서 2007년 5.0%, 2008년 5.4%, 2009년 6.6%, 2010년 8.1%, 2011년 7.0%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무산시킨 사례도 대표적이다. 두 회사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합병에 반대했다. 앞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합병안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지만 막판 히든카드를 내세워 양사의 합병에 반대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기업 배당에 대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제약요인을 완화하도록 법을 손질하면서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각 기업의 주총에서 의결권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별 의안을 분석할 수 있는 외부 자문기관도 선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곧 이어질 주총에서 주요 안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게자는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머물러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며 “주주권 행사에 앞서 독립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지분을 투입한 100여 곳의 상장사에 대해 의안 분석이 끝난 만큼 올해 본격적 목소리 키우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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