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 “이상득‧박영준 뛴 자원외교의 실상, 정치적 이벤트”

입력 2015-02-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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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출간된 ‘MB의 비용’은 자원외교가 MB정부의 대표적인 브랜드였지만, 실제로는 정권실세들이 주도한 정치적 이벤트나 다름없었다고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MB정부는 출범 초부터 자원외교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해외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전면에 내세웠다. 한승수 초대 총리를 ‘자원외교 총리’라 명명했을 정도였다. 한 전 총리는 수시로 해외순방에 나섰고, 외교특사단도 수리로 꾸려졌다. 2008~2011년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 등 관련 공기업에 투입한 예산은 무려 5조원이 넘는다.

자원외교에 뛰어든 정권 핵심인사들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삭경제부 차관이 도드라졌다. 이상득 의원은 2009년 8월 볼리비아 리튬 확보를 위한 남미 출장을 시작으로 모두 12개국을 방문했으며 스물세 차례나 각국 정상들과 만났다. 이 의원의 주 무대가 남미였다면, 박 전 차관은 아프리카였다.

그는 2009년 8월부터 아프리카 가나, 콩고,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카메룬 등을 두루 방문했다. 그는 총리실 안팎에서 ‘미스터 아프리카’로 불렸다. 해외자원개발 실무는 공기업 사장들이 맡았다.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MB정부 자원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MB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허탈했다면서 소리만 요란했던 빈 수레나 다름없었다고 고기영 한신대 교수는 책에서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조원자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을 따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이후 탐사과정에 약 3639억원이나 투입해 네 개 광구를 시추했지만 상업적으로 유효한 유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루에 15~20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던 바지안 광구의 매장량은 하루 2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추정매장량이 7억9000만 배럴이라던 상가우 노스 광구에서는 물과 천연가스가 조금 발견됐을 뿐이다.

당초 석유공사가 72억 배럴로 발표한 전체 원유매장량도 감사원 감사 결과 20억 배럴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석유공사는 두 개 광구의 지분 전부와 한 개 광구의 지분 절반을 반납했는데, 이런 계약 변경의 대가로 약 1127억원을 쿠르드 지방정부에 지급해야 했다.

한승수 전 총리는 2008년 5월 우즈베키스탄과 침칼타사이 중석 광산 개발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이 전 대통령도 1년 뒤 중앙아시아 순방 중 우즈베키스탄을 찾으면서 지원사격을 했다. 정부는 ‘한‧우즈베키스탄 신 실크로드 구축’이라는 거창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광물자원 매장량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으며 허무하게 종료됐다.

이처럼 MB의 자원외교가 구체적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MB자원외교의 선봉에 섰던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2008~2012년 사이 대통령, 총리, 특사 등이 맺은 자원개발 양해각서는 모두 35건이나 됐지만, 이 중 본 계약 체결로 이어진 사례는 단 두건에 불과했다. 이 두 건도 자원개발과는 거리가 먼, 기존 광산에 대한 지분투자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MB정부가 그렇게 홍보했던 자원외교가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는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원전쟁에 뒤늦게나마 관심을 갖고 합류한 것은 당연했고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이 정권 치적 쌓기로 변질된 것이 문제였다. MB자원외교는 변죽만 요란히 울린 대국민 정치 이벤트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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