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학원 수업을 마친 뒤, 집까지 태워다주는 버스를 놓쳤다. 가지고 있던 500원으로 과자 한 봉지를 사 먹으며 걸어왔단다. 하필 그날따라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녀석은 비를 맞으며 과자 봉지를 꼭 쥔 채 부지런히 걸었다. 뭔가 서러웠는지 잠시 울기도 했단다. 웃어야 할지, 안쓰러워해야 할지 몰랐다. 돌이켜보면 60여 년 전,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로 심부름을 가려면 전차를 타고 마포종점에서 내려야 했다. 그 회사는 번개표 형광등을 만드는 ‘마포산업’인데,
2025-03-20 18:33